모든 신경을 손끝에 모아 섬세하게 흙을 빚어가는 과정.
국가철도공단 두 직원의 손길을 따라 고요한 흙의 마법이 시작됐다.

writer. 전하영 photographer. 이도영 place. 버들유

오롯이 흙의 촉감을
느끼며

고운 흙을 손으로 만지며 천천히 모양을 만들고, 1,000도 이상의 열을 가해 작품을 완성하는 도자기공예. 고요한 힐링을 선사하는 도자기공예는 전 세계 다양한 문화권에서 수천 년 전부터 행해져 왔다. 전통적인 도예는 실용성에 중점을 뒀으나, 현대에 와서는 예술성과 창의성에 더 집중한 작가 중심의 공예로 발전했다. 최근에는 취미로 도자기를 배우고 체험해 볼 수 있는 도예 공방도 많아져 누구든 어렵지 않게 직접 흙을 빚어 나만의 컵이나 그릇 등을 만드는 경험을 해볼 수 있다.
도자기 제작에 사용되는 성형 기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물레 성형, 코일링(흙가래 성형), 판 성형, 핀칭 성형 등이다. 물레 성형은 회전하는 둥근 판 위에 흙을 붙여 원심력을 이용해 형태를 만들어 가는 기법이다. 대칭 형태의 표면이 매끄러운 도자기를 만들기에 좋다.
코일링 기법은 균일한 두께의 코일을 밑판으로 두고 층층이 쌓아 올리는 방법이다. 판 성형은 점토로 판을 만들고 여러 판을 서로 결합해 작품을 만들거나, 병 등에 점토판을 말아서 만드는 기법이다. 핀칭 성형은 점토 덩어리를 손으로 꼬집듯 만드는 기술로, 가장 단순하면서도 다양한 형태를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
여러 기법 중 이날 철도공단 직원들이 배워 본 성형 기법은 영화 <사랑과 영혼> 속 명장면에 등장하는 물레 성형이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물레를 이용해 컵, 접시, 그릇, 꽃병 등 둥근 대칭 형태의 다양한 도자기를 만들 수 있다. 물레 성형은 흙의 중심을 잘 잡지 못하면 형태가 쉽게 망가져 버리기 때문에 여러 기법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기법이다. 원데이클래스로 물레 체험을 한다면 전문가의 도움은 필수이며,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각오해야 한다.

빙글빙글
손끝의 감각을 모아

오늘의 체험자 윤수현 대리와 이준수 대리는 본격적인 공예 체험에 앞서 공방 안의 샘플들을 보며 어떤 모양의 도자기를 만들지, 어떤 디테일을 넣을지 구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 종이에 원하는 작품의 형태를 그려보고, 작품에 새길 그림이나 이니셜도 구상했다. 여러 샘플을 살펴보며 작품을 무광으로 만들지 유광으로 만들지도 결정했다.
다음은 흙과 물레와 본격적으로 친해질 시간. 이번 클래스에서 사용할 흙은 베이지 계열의 백자 토다. 도자기공예에 사용하는 다른 점토들에 비해 다루기 어려운 편이지만 완성 후의 색이 곱고 세련돼 인기가 많다. 두 사람은 흙을 올린 물레 앞에 앉아 페달 위에 발을 얹었다. 물레는 발로 페달을 밟아 판을 회전시킨다. 밟는 힘과 깊이에 따라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먼저 물레 위에 얹은 흙에 천천히 손가락을 갖다 대고 원하는 바닥 면의 크기만큼 흙을 넓혀줬다. 어느 정도 바닥이 평평하게 손질되면 도자기의 옆면 높이를 올린다. 도자기는 건조 및 가마 소성 중 열을 받는 과정에서 흙의 수축 현상이 일어나므로 원하는 크기보다 조금 더 크게 만들어야 한다. 두 사람은 도자기 옆면의 아랫부분과 윗부분의 두께가 일정해지도록 계속 물레의 회전을 따라 흙을 만져줬다. 이때 흙이 마르지 않도록 중간중간 스펀지로 물을 적셔가며 작업해야 한다.
두께가 어느 정도 맞춰지면 모양을 만들 차례. 물레가 돌아가는 힘과 손의 각도를 이용해 형태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두 사람은 원하는 형태와 크기가 맞춰질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차분하게 흙에 집중했다. 중간에 모양이 망가지면 천천히 형태를 다시 잡아가는데, 수습이 불가할 때는 새 흙으로 처음부터 다시 작업해야 한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도자기 형태를 완성한 두 사람은 끝으로 도자기 겉면에 원하는 무늬를 그려 넣었다. 이후 초벌과 재벌 과정을 거쳐 작품이 완성되기까지는 4주에서 8주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도자기공예를 흙과 불과 시간이 함께 빚어가는 예술이라 하는 이유다.

MINI INTERVIEW

  • 나만의 드립백용 포트

    건설본부 건설계획처 윤수현 대리

    가끔 사무실에 일찍 출근한 날이면 여유롭게 드립백 커피를 내려 마시곤 하는데, 그동안 적당한 포트가 없어 종이컵으로 핸드드립을 흉내 내야 했어요. 그래서 이번 클래스에서 드립백용 포트를 만들게 됐습니다. 물레를 돌릴 때는 인내심을 갖고 천천히 작업해야 하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제법 모양을 잘 잡아가고 있었는데 중간에 실수로 인해 몇 차례 다시 시작하다 보니 체력도 시간도 부족해지고 점점 조급해지면서 오히려 마음처럼 더 안 되더라고요.
    흙을 다듬어 나가다 원하는 형태에 가까워지면 표면을 매끄럽게 만드는 작업을 하는데 저는 이 부분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처음에는 머그잔처럼 벽이 수직으로 된 포트를 생각했다가, 만들면서 위에서 아래로 갈수록 넓어지는 형태로 계획을 바꿨어요. 벽면을 기울이려다 보니 흙이 자꾸 내려앉기도 하고, 생각보다 더 많이 기울어지기도 하고, 흙 속에 공기가 들어가기도 해서 많은 실패와 함께 여러 번 작업 끝에 완성했습니다.
    선생님의 도움을 많이 받으며 마무리하게 돼서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남았어요. 기회가 된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제 힘만으로 도자기를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 물결 모양 감성 면기

    기획조정실 기획예산처 이준수 대리

    휴일에 우연히 도자기공예 체험 영상을 보게 됐는데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도자기에만 집중하는 게 굉장히 평온해 보였어요. 저도 바쁜 일상에서 심신의 안정을 찾고 싶어 이번 클래스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최근에 집에서 사용하던 면기를 깨트려서 새로 면기를 만들어 봤는데요. 평범한 면기보다는 나만의 특색이 담긴 면기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윗부분은 물결모양으로 잡고 외벽은 물감을 떨어트리는 기법을 사용해 요즘 유행하는 ‘인스타 감성’이 묻어나도록 만들어 봤습니다.
    과정은 정말 다사다난했는데요, 우선 흙을 세 번이나 바꿨습니다. 공방 선생님께서 시범을 보일 때는 굉장히 쉬워 보였는데 제가 손을 대면 흙이 자꾸 꼬여버리더라고요. 두 번의 실패 후 우여곡절 끝에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물레로 도자기를 만드는 건 처음이었던지라 시작 전부터 기대도 크고 설렜는데요. 어른이 되고 난 후로는 흙을 만질 일이 거의 없었는데 이번 체험을 통해 부드러운 흙이 손에 닿는 감촉을 느끼며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행복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체험자들이 알려주는
도자기 물레작업
TIP

  • 인내심을 가지고
    천천히 작업해야 해요.
    마음이 조급해지면
    더 어렵답니다.

  • 힘을 줄 때 주고,
    뺄 때 빼고, 섬세한 손의
    감각을 느끼는 것이
    중요해요!

  • 도자기를 굽고 나면
    수분이 날아가며
    크기가 줄어든다는 점을
    고려해 주세요.

  • 흙 속에 공기가 들어가면
    도자기가 가마 속에서
    터질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