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역 앞에서 만나는 건강하고 착한 먹거리. 탄소 발자국을
최소화한 재료들로 비건과 논비건 모두를 만족시키는 맛을 찾았다.
건강도 지키고 지구도 지키는 역전 맛집들을 소개한다.

writer. 전하영 photographer 이도영

서울의 역사(歷史)와
함께한 역사(驛舍)

서울역과 용산역

오늘 건강한 맛투어의 시작점인 서울역과 용산역. 역동적인 서울의 역사와 함께 달려온 역사들이다. 서울역은 1900년, 남대문 정거장이라는 이름의 단층 목조 건물로 시작되었다. 1923년 경성역으로 이름을 바꾼 뒤 1925년에는 르네상스와 바로크 절충 양식의 이국적인 건축물로 탈바꿈했다. 지금은 복합문화공간으로 쓰이고 있는 구 서울역, ‘문화역서울 284’이다. 1947년 마침내 서울역이란 이름으로 거듭난 후 꾸준히 역사를 확장했다. 유리와 철골구조로 지어진 현재의 서울역사는 2003년에 개장한 민자역사다. 세계로 뻗어가는 활과 유라시아 철도허브를 향해 비상하는 새의 날개를 형상화했다.
용산역 역시 1900년에 3.5평 남짓의 작은 목조 건물로 출발했다. 용산은 오래전부터 교통물류의 중심지이자 주요 군사 주둔지로 성장해 온 지역이다. 1900년 경인철도가 완공되면서 용산 지역에는 철도공장과 철도병원, 경성철도학교가 지어졌다. 한국전쟁 때는 용산역과 군 주둔 캠프를 철도로 연결해 군수물자를 보급했으며, 군용열차의 시종착역 역할을 했다. 철도 화물운송이 시작된 1972년부터는 용산역이 철도 물류 터미널의 역할을 했다. 1984년 잠시 규모가 축소됐으나 2004년 고속철도 개통과 함께 더욱 활성화되었다.

땅에서 온 제철 요리

어쩌다 농부

서울시 중구 퇴계로4길 6

평일 11:00~21:00 (15:00~17:00 브레이크 타임)
토 11:00~15:00 / 일 휴무

어쩌다 농사를 시작했다는 청년들의 가게 ‘어쩌다 농부’는 건강하게 재배한 제철 재료로 요리하는 퓨전 한식당이다. 텃밭에서 식탁까지의 거리를 줄여 탄소 발자국을 최소화한 팜투테이블 요리를 선보인다. 서울역 도보 10분, 회현역 도보 1분 거리에 어쩌다 농부 남대문점이 자리하고 있으며, 본점은 춘천이다. 그래서 주로 강원도 농장에서 온 재료들을 사용하고 있다. 메뉴는 계절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어쩌다 농부에는 비건 옵션 메뉴도 다양해 비건인과 논비건인이 부담 없이 함께 즐길 수 있다. 비건 메뉴로는 맷돌두부텃밭, 시금치두부카레, 농부네나물파스타, 참송이버섯나물솥밥 등이 있다. 맷돌두부텃밭은 삶은 콩을 맷돌로 갈아 만든 두부와 텃밭 야채를 비벼 먹는 담백한 밥요리다. 시금치두부카레는 오랜 시간 끓인 양파를 베이스로 한 시금치카레에 두부를 볶아 얹었다. 농부네나물파스타는 강원도에서 재배한 곤드레, 고사리, 시래기와 버섯 등의 재료에 너래안 들기름을 두른 건강한 한국식 파스타다. 저녁 요리로만 만날 수 있는 참송이버섯나물솥밥은 이름 그대로 참송이버섯을 주재료로 한 담백한 솥밥이다.
논비건 메뉴들에서도 이곳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계란 요리에는 춘천의 농장에서 온 자유방목유정란을, 제육이 들어간 요리에는 방목돼지고기를 사용한다. 또한 이곳은 음료와 주류 메뉴에도 특색 있는 재료들을 사용하고 있다. 현미, 구찌뽕, 단호박 등을 재료로 한 유기농 식혜, 고구마를 재료로 한 맥주 등이 눈에 띈다. 흑미, 홍국(붉은 쌀) 등을 이용한 이색적인 막걸리들도 인기가 있다.

속이 편한 빵, 모두를 위한 빵

써니브레드

밀가루를 못 먹는 사장님이 차린 빵집 ‘써니브레드’는 글루텐프리, 비건, 무설탕 디저트 등을 판매하는 가게다. 서울역 10번 출구에서 도보 10분 거리,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복합공간 ‘Sustainable HABITs’ 건물 1층에 위치한다.
써니브레드는 식품 불내증과 알레르기를 갖고 있는 사람들, 당뇨나 아토피를 앓고 있는 사람들, 비건식을 실천 중인 사람 등 ‘식소수자’들을 위한 다양한 옵션을 제공한다. 모든 제품을 글루텐 20ppm 이하로 준수하여 생산하고 있다.

서울시 용산구 소월로2길 5, 2층

월~토 11:00~16:00 / 일 휴무

글루텐이란 밀, 보리, 호밀에서 발견되는 단백질로, 글루텐 불내증을 가진 사람은 일반 빵 등을 섭취할 경우 소화 장애, 두통, 근육통 등의 증상을 겪게 된다. 써니브레드는 이런 사람들도 맛있고 건강하게 즐길 수 있는 디저트를 만들고 있다. 물론 그냥 ‘맛있는’ 디저트가 먹고 싶어 우연히 가게에 들어온 손님들도 만족할 만큼 디저트의 맛과 식감, 비주얼도 일반 디저트에 뒤지지 않는다.
이곳은 한때 일명 ‘도둑 Pick’ 빵집으로도 유명세를 탔다. 늦은 밤 가게에 침입한 도둑이 곧바로 돈을 챙기지 않고 무려 4시간 동안 빵과 케이크를 몰래 먹고 간 모습이 CCTV에 모두 찍힌 것. 기사를 본 사람들은 ‘대체 빵이 얼마나 맛있길래?’ 하는 호기심으로 써니브레드를 찾았다. 건강빵은 맛이 없을 것이란 편견을 그날의 도둑이 말끔히 깨 준 셈이다.

어쩌다 농부

써니브레드

퍼멘츠

비건과 발효를 테마로 한 식탁

퍼멘츠

용산역 도보 10분 거리에 위치한 퍼멘츠는 비건·발효음식과 내추럴 와인, 콤부차 등을 파는 가게다. 직접 발효한 소스와 식물성 재료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비건 요리를 제공한다. 인공 첨가물이나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 건강한 음식을 만든다. 힙한 공간에서 맛있는 비건식과 와인을 함께 즐기고 싶다면 이곳을 추천한다.
스파이시 살사 팔라펠버거와 갈릭 머쉬룸 버거는 빵부터 패티, 소스까지 모두 비건식으로 만든 수제버거다. 발효 버섯 파스타는 6가지 버섯과 발효 머쉬룸소스 등을 사용했다. 컬리플라워로 만든 비건 가라아게, 발효 토마토소스가 들어간 비건 발효 토마토라면 등 특색 있는 메뉴가 가득하다.

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7길 22, 1층

월~목, 일 12:00~23:00 / 금, 토 12:00~24:00

퍼멘츠의 자체 콤부차 브랜드 ‘페페 콤부차’는 방부제와 첨가물이 들어있지 않고 유익균이 살아있는 자연 발효 탄산음료다. 유기농 녹차잎을 주원료로 효모와 유익균을 이용해 3차 발효 공정을 거쳤다. 일반적인 콤부차에 비해 자극적이지 않고 부드럽게 청량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퍼멘츠는 웰니스한 삶의 방식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모여 자연과 인간의 건강한 상생, 지속가능한 식생활을 만들어간다. 이곳의 포장 용기와 모든 패키지 역시 재활용 가능한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