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세계 곳곳에서는 패션위크가 열린다. 전 세계 패션 업계 전문가들이 도시와 대륙을 이동하는 만큼, 패션위크 준비에는 막대한 양의 탄소가 배출된다. 패션테크 기업 오드레(ORDRE)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세계 4대 패션위크에서 발생한 탄소배출량은 약 24만 1천 톤에 달한다. 탄소배출을 넘어 패션위크로 인해 발생하는 초대장과 포스터, 무대 설치물 등 다량의 폐기물도 문제가 되고 있다. 패션위크는 패션 산업과 트렌드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는 전 세계적인 행사다. 패션위크의 지속가능한 계획 선언과 함께 G7 정상회담의 공동 패션협약, 패스트패션 규제 법안 등 친환경 패션을 위한 사례를 살펴본다.
코펜하겐 패션위크가 발표한
지속가능성
실행계획
환경을 생각하는 패션을 위해 코펜하겐 패션위크는 여러 패션위크 중 가장 먼저 변화를 선언했다. 지난 2020년 코펜하겐 패션위크는 ‘2020-2022 실행계획(Action Plan)’을 발표했다. 계획의 주된 내용은 2022년까지 패션의 제로웨이스트 전환을 실천하겠다는 내용이다. 패션위크에 참가하는 패션브랜드는 패션위크 동안 발생하는 탄소배출과 폐기물을 모두 줄여야 한다. 패션위크 사무국은 패션 브랜드에게 6가지 핵심영역에서 충족해야 할 18가지 최소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관련 사항은 크게 ‘샘플 의류 재활용·재사용’, ‘패션위크 동안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 금지’, ‘제로웨이스트 무대 세트’, ‘행사로 인한 탄소발자국 상쇄’ 등이 있다.
이를 위해 패션위크는 요구사항에 디자인과 소재부터 소비자 교육, 공급망 노동조건 등 밸류체인(가치사슬) 전반에서의 지속가능성 노력도 포함했다. 예를 들면 컬렉션의 최소 50%에 차세대·업사이클링·재활용 등 지속가능한 소재 사용하기, 직원 교육과 공급망 실사 등도 포함된다.
3개년 계획의 결실, 2023 FW 코펜하겐 패션위크 현장은 어땠을까. 2023 FW 코펜하겐 패션위크에 따르면 지난해 참가한 28개 패션 브랜드 중 단 1곳을 제외한 27개 브랜드 모두가 요구사항을 충족했다. 18가지 요구사항 달성과 함께 디자이너들은 여러 지속가능한 패션을 선보였다는 것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외에도 재활용·재사용 초대장과 채식 메뉴, 재사용이 가능한 무대 세트 등 코펜하겐 패션위크 전반에서 지속가능성이 확인됐다.
환경보호에 남다른 기준을 세워온 코펜하겐 패션위크는 한 단계 더 나아가, 내년부터는 가죽이나 모피가 포함된 컬렉션은 런웨이에서 금지하기로 했다. 코펜하겐 패션위크 측의 결정에 따라 앞으로 더 많은 브랜드가 지속가능한 재료를 사용해 컬렉션을 완성할 것으로 보인다.
G7 정상회담
지속가능한 패션을 위한
패션 협약
2019년 프랑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서 ‘지속가능한 패션을 위한 패션 협약’이 체결됐다. 이 협약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구찌, 입생로랑, 보테가 베네타와 같은 명품 브랜드를 거느리는 케링 그룹(Kering Group)의 프랑수아 앙리 피노 회장이 주도해 진행된 사항이다. 기후 변화 비상사태에 대처하고자 ‘G7 패션 협약’에 럭셔리 브랜드와 패스트패션 브랜드 모두가 손을 잡은 것은 드문 경우다.
이 협약에는 32개 글로벌 기업의 150여개 브랜드가 파트너로 참여했다. 이번 패션 협약에 동참한 대표적인 패션 기업들은 아디다스와 버버리, 샤넬, 갤러리 라파예트, 갭, 조르지오 아르마니, H&M 그룹, 에르메스, 인디텍스, 커링, 몽클레어, 나이키, 프라다 그룹, 푸마, 랄프 로렌 등이다.협약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제로와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감소가 공동 목표이다. ‘지구 환경 보호에 필수적인 3가지 분야’에 초점을 맞춘 ‘패션 협약’ 형태의 약속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들은 제조 공정뿐만 아니라 모든 비즈니스 과정의 투명성을 높인다. 기후 변화와 지구 온난화, 동물과 생태계 보호를 포함한 모든 환경 문제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질 것을 선언했다. 또 자원 낭비 최소화를 위해 재활용 소재도 적극적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예로 아디다스와 커링의 경우,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애니멀 퍼 사용을 중단했다. 인디텍스는 의류 재활용의 최대화를 통해 2025년부터는 의류 생산에 들어가는 원자재를 100% 지속가능 소재로만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버버리’ 는 68%의 면직물을 베터 코튼(Better Cotton)이라는 친환경 업체로부터 받는다. 미국의 대형 백화점 노드스트롬도 친환경 브랜드들만 따로 모은 카테고리를 개설했다.
프랑스, 패스트패션 규제 법안 통과
환경부담금
도입
지난 3월 14일 프랑스 의회가 패스트패션 산업의 환경 영향을 줄이기 위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프랑스의 패스트패션 규제 법안은 프랑스 하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법안은 상원 통과를 기다리고 있으며, 제정될 경우 오는 2025년부터 시행된다. ‘패스트패션’은 소비자들의 최신 유행을 즉각 반영해 패스트푸드처럼 신제품을 빠르게 공급·소비·유통하는 의류 산업을 말한다. 통상 사계절에 걸쳐 1년에 4번 신규 컬렉션을 선보이는 의류 브랜드와 구별된다.
프랑스 의회는 법안에서 패스트패션이 환경과 사회 나아가 경제 모두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지적했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패션 산업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10%가량을 차지한다. 이에 더해 패스트패션은 “충동구매를 유발하고 지속적인 구매 필요성을 만들어냄으로써 소비자의 구매 습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는 것이 법안의 지적이다.
패스트패션 브랜드에 환경부담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패스트패션 제한법은 세계 최초이다. 조건에 해당하는 브랜드의 경우, 2025년부터 패스트패션 제품당 5유로(약 7,200원)의 부담금을 부과한다. 또 판매 가격의 50%를 넘지 않는 선에서 프랑스는 5년 이내에 환경부담금을 10유로(약 1만 4,000원)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저가섬유제품의 광고 금지와 환경부담금 도입 등의 조치도 향후 시행한다.
2023 코펜하겐 패션위크
지속가능한 패션 실천 사례
덴마크 패션 브랜드 가니(Ganni)는 오렌지와 선인장의 부산물,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제작된 바이오 기반 가죽 아이템 ‘가니 부’ 백과 부츠를 선보였다.
스웨덴 출신 패션디자이너 셀람 페사헤이는 80년대 비즈 장식과 업사이클링, 재고 의류를 사용한 드레스를 소개했다. 분홍빛 튤레 직물로 만들어진 드레스는 2016년 발매된 비욘세의 ‘레모네이드’ 앨범 의상을 상기시켰단 평가를 받았다.
업사이클링 패션 브랜드 (디)비전((Di) Vision)은 쇼에서 데드스톡 섬유와 재활용된 의류를 활용해 힙한 스트리트 웨어를 선보였다.
아말리 뢰게 호베(A. Roege Hove)는 재봉이 필요 없는 생산방식으로 폐기물을 최소화하고 있다. 컬렉션에 등장한 룩의 98%가 모노 섬유였다. 모노 섬유는 단일 원사로 짜인 소재로 재활용이 쉬운친환경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