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5 탄소중립국가 실현을 위해서는 자전거 등 대중·녹색교통 이용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자전거 수송분담률은 20년째 2%에 머무르고 있다.
탄소중립 시대에 발맞춰 광주에코바이크 김광훈 운영위원장으로부터 자전거와 함께하는 즐겁고 친환경적인 삶에 대해 들어봤다.

writer. 임지영 photographer. 이도영

느림의 미학에 눈뜨게 해준 자전거

‘빚고을’ 광주 서구에 에너지파크 해담마루가 새롭게 문을 열었다. 이곳을 지키는 문지기는 광주에코바이크의 김광훈 운영위원장, 에너지 전환에 앞장서 온 환경운동가다. 환경운동 NGO 단체 활동가로 활동하면서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자전거를 탄 게 에코바이크의 시작이었다.
“환경 보호를 위해서는 기업, 나라 단위의 노력이 우선 중요하겠지만, 개개인의 환경을 위한 작은 노력들도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작은 실천들도 혼자보다 여럿이 한다면 더욱 시너지가 나고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을 것 같았죠. 국내에 환경단체는 많지만 자전거와 관련된 환경단체는 없어 직접 창설하게 되었습니다.”
에코바이크는 광주시 환경단체로 등록되어 있다. 김광훈 운영위원장은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한다. 회의도, 강의도, 세미나도, 캠페인도 모두 자전거를 이용한다. 광주에서 김광훈 하면 ‘자전거’로 통할 정도다. 몇 해 전부터는 행정 차원에서도 자전거 분야의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요청에 따라 광주시청 자전거 정책자문관까지 맡아 활동하고 있다.
“기후 위기와 관련해서 도시 안에서 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곳이 교통 부문입니다.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서라도 많이 걸었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자전거 타기 안전한 도시가 되었으면 좋겠고요.”
에코바이크 앱을 만든 후 그는 다양한 미션과 챌린지를 통해 자전거 타기를 독려했다. 앱을 펼치면 친환경이라는 주제를 심각하기보다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한 아이디어들이 빛난다. 자전거 이용자들과 함께 구례, 담양, 나주 등 전남 지역에서 자전거길 개발을 위한 실증 작업을 하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광주 북구 지역에 자전거만 통행할 수 있는 1.5킬로미터 구간의 자전거길을 조성하기도 했다.
“일본, 북유럽 등 친환경 도시들을 보면 자전거 도로와 주차장, 교육 시설 등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는 기반시설이 잘 구축되어 있어요. 차 안에서는 모두 스마트폰을 보지만, 자전거 위에서는 함께 하는 사람과 대화를 하게 되지요. 어디 사람뿐인가요, 차로 빠르게 스쳐 갔던 풍경들도 여유롭게 만날 수 있습니다. 느림의 미학을 알게 된다고 할까요? 자전거는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자전거 위에서는 함께 하는 사람과
대화를 하게 되지요. 자전거는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습관이 되면 조금도 불편하지 않은

친환경 생활

김광훈 운영위원장이 내민 명함 한구석에는 그의 출생 연도와 ‘북극곰’이라는 세 글자가 새겨져 있다. 북극곰의 정체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그는 ‘내 삶의 끝은 북극곰이 사는 날까지’라는 철학적인 답변을 들려준다.
“UN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이면 북극이 사라진다고 합니다. 북극곰이 그 터전에 사는데 그때쯤이면 북극곰이 멸종되지 않겠나 하는 예측을 하는 거죠. 제 생물학적인나이로 볼 때 그쯤 되면 제 인생도 거의 마무리가 되지 않을까요?”
지구 환경의 바로미터인 북극곰의 터전을 지키고 우리들의 삶의 터전도 오래오래 건강하게 지켜나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자전거 타기로 환경도 지키고 에너지도 절약하고 지구 수명을 늘리는데 조금이나마 기여를 하고 싶어요. 요즘 사람들은 가치 중심적이잖아요? 한 번의 바퀴 굴림은 소소한 취미생활이 아니라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고 지구온난화 속도를 늦추고, 제가 명함에 쓴 것처럼 북극곰을 한 해라도 더 오래 살 수 있게 할 수 있어요.”
환경 캠페인에서 흔히 쓰이는 ‘불편한 습관’ 은 그의 삶에서 이미 일상의 실천이 된 지 오래다. 탄소 배출을 하는 교통수단을 멀리하기 위해 자전거로 이동하는 것은 기본이고, 집에는 에어컨, TV도 없다. 심지어 세탁기도 없어 손빨래를 한다. 옷도 합성소재가 아닌, 유기농 면 등 친환경 소재로 된 제품을 구입한다. 공존을 위한 불편함이 그에게는 오히려 마음 편하다.
“빨래는 햇볕에 건조 시켜요. 머리는 가급적 짧은 커트를 하고 다니고요. 머리 감을 때 물을 절약할 수 있거든요. 유난을 떤다고 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에너지는 굉장히 포괄적이에요. 제가 하는 환경운동 이외에 일상의 모든 선택, 소비, 습관이 에너지와 직결될 수 있어요.”

한 번의 바퀴 굴림은 소소한 취미생활이 아니라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고 지구온난화 속도를 늦추고,
제가 명함에 쓴 것처럼 북극곰을 한 해라도
더 오래 살 수 있게 할 수 있어요.

궁극의 ‘챌린지’는 자전거

수송분담률을 10%로 상향하는 것

에코바이크 앱을 통해 ‘자가용 없이 한 달 살기’ 챌린지에 참여한 사람들은 어느덧 2만 5천 명이 넘었다. 새해를 맞으며 김광훈 운영위원장은 올해 자전거로 이루고픈 목표 세 가지를 정했다. 첫째는 자전거 수송분담률을 늘리는 것이다.
“취미로 자전거를 타는 인구는 늘어났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 자전거 수송분담률은 2퍼센트밖에 되지 않습니다. 두 자릿수, 많이도 안 바라고 10퍼센트까지만 늘었으면 좋겠습니다.”
둘째는 자전거 타는 법을 교육하는 공식적인 교육장을 설립하는 것이다. 여건 개선 없이 단순 도로를 개선하는 것만으로는 현재의 수송분담률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자각에서다.
“우리는 보통 자전거를 공터나 공원에서 배웁니다. 손톱 손질도 국가자격증이 있어야 하는데 자전거를 아무 데서 아무렇게나 배운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도시별로 자전거 교육장을 갖추고, 원하는 누구나 사전 신청을 통해 쉽고 안전하게 배웠으면 합니다.”
자전거로 이루고픈 마지막 바람은 녹색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자전거 타기 캠페인이 지속성을 지니려면 경제적 성과도 따라줘야 한다. 그렇기에 자전거 교육자를 양성하는 등 녹색 일자리가 많이 생겨났으면 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그는 이 버킷리스트에 개인적 바람을 추가했다. 다름 아닌 아들과 함께하는 자전거 여행이다.
“올해는 강화도에서 근무하는 아들과 함께 광주까지 자전거로 여행하고 싶습니다. 국토를 횡단하는 동안 못다 한 눈 이야기도 나누고 미처 못 본 풍경도 마주하게 될 거라는 기쁨에 들떠 있어요. 특별한 여행이 될 거라고 기대합니다.”
자원은 유한하다. 그러나 자원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은 끝이 없다. 유한한 자원을 극복하는 건 무한한 노력과 실천이다. 한 사람이라도 더 자전거를 이용하기를 바라며 오늘도 그는 힘차게 페달을 밟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