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번씩 모여 마라 요리를 함께 먹는다는 세 사람.
비슷한 입맛 덕에 친해졌던 세 사람은 세상 단 하나뿐인 나만의 향을 찾는 체험을 통해 스스로를,
그리고 서로를 한층 더 이해하게 됐다.

왼쪽부터 SE본부 조유진 사원, SE본부 최다현 사원, 시설본부 이지영 사원

writer. 전하영 photographer 이도영 place 어플리징 아로마 | 대전 중구 대종로 509, 소청1번가 105호

정식 입사 20개월,
20번째 ‘마라 모임’

오늘 모인 세 사람은 2022년 함께 수습 기간을 마치고 국가철도공단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한 지 이제 막 20개월이 지난 입사 동기들이다. 이들은 신입 교육 기간 당시 서로의 음식 취향에 관해 얘기하던 중 셋 다 마라탕을 굉장히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발견했다. 그 후로 세 사람은 한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마라 모임’을 갖기 시작했고 그 모임이 벌써 20번째 이어져 오고 있다. 20번째 모임에서는 서로의 또 다른 취향을 알아가는 더 특별한 시간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최다현 사원은 “저희는 마라탕을 좋아한다는 사소한 공통점 덕분에 급속도로 친해졌어요. 20개월 동안 주기적으로 만남을 가지며 서로의 고민과 어려움을 나누면서 의지하고 함께 성장해 왔습니다.”라며 세 사람의 특별한 관계를 설명했다.
조유진 사원은 “마라 모임이 있는 날에는 셋이 함께 쇼핑을 하기도 하고 카페에서 서로 근황을 공유하기도 하면서 더욱 끈끈한 사이가 되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클래스를 신청하게 된 이유에 대해 이지영 사원은 “저희가 음식 취향을 공유한 것처럼 서로 향에 대한 취향을 공유하며 각자만의 향수를 만들어보면 재미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설명했다. 또한 “신입 교육 때 약속한 모임이 벌써 20번째가 되었는데, 앞으로 건강을 잘 관리해서 20년 후에도 동기들과 변함없이 마라 모임을 갖고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라며 모임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기분이 좋아지는
향을 찾아서

마라탕만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세 사람이 오늘은 ‘기분이 좋아지는 향’을 찾아보기로 했다. 남을 위해 뿌리는 향이 아닌, 오직 나를 위한 향을 만드는 것이다. 이들이 찾아간 조향 공방은 향수의 원료인 향료들의 향을 모두 맡아 보고 마음에 드는 향들을 골라 직접 조합해볼 수 있는 곳이다. 시향과 제조에 앞서 먼저 각자의 취향을 알아가기 위한 전문 조향사와의 대화와 수업이 이뤄졌다.
세 사람은 각자 평소 얼마나 자주 향수를 사용하는지, 어떤 향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지영 사원은 평소에도 향에 민감한 편이고 향수에 관심이 많았다고 했고, 조유진 사원은 향에 대한 호불호가 확실한 편이고 향수를 자주 구매한다고 말했다. 최다현 사원은 향수에 관심은 많았으나 그동안 마음에 드는 향을 찾기 어려웠다고 했다. 이들은 수업을 통해 그동안 잘 몰랐던 향수에 대한 상식들도 하나씩 배워 나갔다.
다음은 시향의 시간. 이들이 만들어 볼 향의 콘셉트는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다. 각자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며33가지의 단일 향을 하나씩 맡아보기 시작했다. 그중 자신이 생각한 콘셉트에 맞고, 마음에 드는 향들을 골라 각자 앞에 놓인 폴더에 꽂아 뒀다. 탑, 미들, 베이스 노트에서 마음에 드는 향을 고루 선택하고, 특히 많이 넣고 싶은 향은 ‘강’이라고 적어 분류했다.
33가지의 향을 모두 맡아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코가 피로해져 향의 차이가 잘 느껴지지 않을 때는 중간중간 커피콩 향을 맡아 코를 정화하기도 하고, 잠시 밖으로 나가 바람을 쐬고 오기도 했다. 각자 넣고 싶은 향을 모두 고른 후에는 조향사의 도움을 받아 각 향의 비율을 배분했다. 배분한 양만큼 스포이트로 비커 안에 각 향료를 정확히 넣어준 후 비커를 기울여 충분히 저어줬다. 그렇게 긴 시간 끝에 세상 단 하나뿐인 ‘나만의 향’이 완성됐다. 세 사람은 행복했던 순간들을 􀀀올리며 각자 완성된 향수에 특별한 이름을 붙여 줬다.

향수, 어디까지 알고 있니?

향수의 구성
탑 노트 향의 첫 향으로, 보류성이 낮고 휘발도가 높다.
미들 노트 탑 노트가 날아간 후에 느껴지며, 중간 정도의 휘발도와 보류성을 가진다.
베이스 노트 마지막에 느껴지는 향으로, 분자량이 커 휘발도가 낮고 보류성이 풍부하다.
조향사가 말하는
향수 사용 Tips

1. 향수는 비비는 순간 향이 변질될 수 있어 뿌린 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이 좋다.
2. 운동 전 향수를 뿌리면 땀 냄새와 섞이는 것이 아니라 땀 때문에 오히려 발향이 극대화된다.
3. 향수를 속옷이나 이너웨어에 뿌리는 것도 좋다.
4. 같은 향을 매일 뿌리는 것보다 몇 개의 향을 돌려써야 향수를 더 오래 쓸 수 있다.

조향사가 말하는
향수 선택 Tips

1. 향수 선택 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분이 좋아지는 향을 찾는 것이다.
2. 향수는 사람의 체취와 섞이기 때문에 뿌리는 사람마다 다른 향을 낸다.
3. 향수를 구매할 때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마지막 남는 베이스 향까지 맡아보고 사야 한다.
4. 뿌리자마자 나는 탑 노트의 첫 향은 금세 휘발된다.

  • MINI INTERVIEW


    '마라’ 취향으로 하나된 지
    어느덧 20개월,
    20년 후에도 함께 취향을
    공유할 수 있길!

  • SE본부 조유진 사원

    제가 만든 향수 ‘여름밤 산책’은 쌉싸름하고 상큼한 느낌의 우드와 오렌지 열매 그리고 옅게 피어오르는 꽃들의 향을 섞은 향입니다. 여름밤 특유의 분위기와 날씨를 좋아하는데, 스무 살에 친구와 갔던 교토 여행에서 여름 밤 강변을 산책했던 공기를 담고 싶어 그 순간을 떠올리며 향을 만들었습니다. 아직 향이 숙성되기 전이라 완성된 향은 알 수 없지만 처음 시향했을 때 꽤 만족스러웠습니다. 언니들과 서로 취향이 비슷하지만 각자 조금씩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낸 것도 재미있었고, 서로에 대해 더 깊게 알게 된 좋은 기회였습니다.

  • SE본부 최다현 사원

    2년 전쯤 다녀온 제주도 여행에서 가족들과 소소한 대화를 나누며 사려니숲길을 걷던 순간이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있어서 그때를 콘셉트로 정했습니다. 초가을의 선선한 공기 속 시원한 풀냄새와 따뜻한 햇살을 떠올리며 그때의 향을 재현해 봤어요. 하나씩 시향하며 좋은 향들만 골랐지만 그 향들이 섞였을 때 제가 생각했던 향이 나지 않아 처음에는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조화롭게 어울리는 향의 비율을 점차 찾아간 끝에 제가 생각한 느낌과 비슷한 향을 완성했어요. 4주 숙성 후에는 향이 더 좋아질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 시설본부 이지영 사원

    입사 초에 갔던 행복했던 대만 여행을 떠올리며 향을 만들었습니다. 화창하고 쾌적한 날씨 덕에 여행 내내 행복했었거든요. 향수의 이름은 공방에 진열되어 있는 브랜드의 이름을 차용해서 ‘BITTER ORANGE’라 지었습니다. 탑에는 시트럴, 미들에는 네롤리, 베이스에는 우드를 메인으로 넣어 오렌지나무 같은 향을 완성했습니다. 제가 싫어한다고 생각했던 향을 베이스 노트로 맡아보니 또 다른 느낌이었고, 어떤 향과 어떻게 배합되느냐에 따라 향이 달라지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향수에 관심이 생긴 분들에게 향수 구매 전 이 체험을 해보시는 것을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