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기기에 의존하는 증상이 늘어나자, 한편에서는 디지털 홍수에서 벗어나 심신을 치유하려는 움직임인 ‘디지털 해독’, ‘디지털 디톡스’, ‘도파민 디톡스’ 등을 추구하는 이가 급증하고 있다.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란 일정 기간 개인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소셜 미디어 플랫폼과 같은 디지털 기기의 사용을 자발적으로 자제하는 것을 말한다. 이름 그대로 ‘디지털의 독을 해소하다’라는 의미로 이해하면 된다. 지금 전 세계는 디지털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펼치고 있다.
미국 디지털 기기를 내려놓는 침묵 여행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최근 미국에서는 여행 트렌드로 ‘침묵 여행’이 떠오르고 있다. 침묵 여행은 조용한 휴양지부터디지털 디톡스 객실, 침묵의 걷기 투어, 침묵 콘서트 등으로 이뤄진다. 바쁜 일상으로 잠시 잊고 지냈던 자연과 인생에서의 중요한 우선순위, 자기 자신과 다시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여행의 취지다.
침묵 여행 사례로는 뉴욕 크랙스모어의 ‘3일 주말 침묵 속 명상 반성 휴식 여행’을 예로 들 수 있다. 주말 동안 침묵이 있는 평온한 상태에서 여행을 보낸다. 재치있는 유머나 합리적인 여행 일정도 필요없다.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에 집중하고 자신을 관찰, 압박감에서 해방되는 기회를 찾는다. 금요일 저녁 식사후 스마트폰을 내려놓으면서 침묵은 시작된다. 개인 또는 소규모 명상 세션을 통해 목표를 논의하고 장애물을 찾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질문과 답변을 할 수 있는 대화식 프로그램이다.
침묵 속 요가와 명상 여행이라는 콘셉트의 미국 남부에 위치한 ‘노스캐롤라이나 5일간의 요가와 명상 여행’도 있다. 후회나 걱정을 내려놓고 자신에 대한 더 큰 비전을 볼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매일 요가와 명상을 하며, 매일 맛있는 채식 식단이제공된다.
침묵 여행의 장점은 디지털 기술의 방해없이, 주변 환경에 집중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디지털 기기를 차단함으로써 자연과 주변 사람들을 관찰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핀란드 무인도 ‘울코 타미오’의 폰 프리 존
핀란드 남동부 발트해에 있는 작은 섬 ‘울코 타미오(Ulko-Tammio)’가 지난해 ‘폰프리 존(Phone free zone)’ 캠페인을 시작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관광 지구로 탈바꿈을 계획한 것이다. ‘폰 프리존’은 휴가객들이 스마트기기 전원을 끄고 순수하게 섬을 감상하고 즐기기를 바라는 것에서 시작됐다. 울코 타미오는 바위가 많은 해안선을 따라 걷고, 조류 전망대에 오르는 등 스마트폰 없이 이곳을 즐기라고 적극적으로 권장한다.
울코 타미오섬은 핀란드 남부 하미나 연안에 위치한다. 핀란드 국립공원에 속한섬 100개 중 하나다. 희귀종 조류와 식물들의 서식지로 유명하다. 오염되지 않은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과 하이킹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울코 타미오섬까지는 개인 보트를 이용하거나 페리, 크루즈, 수상택시, 수상 버스 등으로 방문할 수 있다. 무인도지만 방문객들을 위한 간이 숙소도 마련되어있다. 이 섬에서 하루를 머물고 싶다면 직접 텐트를 치거나 공원에 서 관리하는 오두막에서 숙박하면 된다.
해당 캠페인은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진다. 핸드폰을 사용하지 않는 것을 권하지만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섬 전체에 모바일 네트워크를 구축해 필요하면 언제든지 스마트폰 사용이 가능하다.
일본 직장인과 여행객을 위한 디지털 디톡스
일본에서는 스마트폰 이용이 잦은 직장인을 중심으로 디지털 디톡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도쿄 시부야구의 한 절에서는 출근 전 1시간 동안 스마트폰을 끄고 명상을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오전 7시부터 열리는 참선회에는 3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직장인이 참여 한다고 한다. 출근 전 디지털 디톡스를 통해 생각을 정리하고 하루의 계획을 그려볼 수 있어 반응이 좋다.
호텔과 스포츠 분야 사업을 하는 아나부키 엔터프라이즈의 경우 2022년 신입사원들이 모두 디지털 디톡스 연수를 받도록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이뤄지는 비대면 소통 대신 대면 의사소통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다.
호텔 업계도 디지털 디톡스 프로그램을 도입해 새로운 수요 공략에 나서는 분위기다. 호시노 리조트 그룹의 호텔 ‘호시노야’에서는 체크인 시, 전자기기를 카운터에 맡기는 패키지를 만들었다. 2014년부터 시작한 이 패키지는 찾는 고객이 늘어, 현재는 이용 가능한 지점을 5곳까지 늘렸다. 전자기기를 맡기는 대신 승마나 산림욕 등의 자연 친화적인 체험을 추가 했다.
호시노 리조트는 ‘스마트폰 디톡스 스테이’ 상품을 일본 내 3개 호텔을 대상으로 2023년 11월부터 1일 1실 한정 판매하기도 했다. ‘스마트폰 디톡스 스테이’는 SNS등으로 스마트폰 사용에 피로를 느끼는사람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투숙객의 스마트폰은 호텔 체크인 이후 작은 상자에 봉인돼 사용할 수 없다. 투숙객의 심심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 호텔 측은 투숙객에게 일러스트 세트와 노트를 대여해준다.
이탈리아 식당에서 휴대폰 맡기면 와인 1병
이탈리안의 한 레스토랑에서는 식사 중 휴대폰을 맡기는 고객에게 와인 1병을 무료로 제공하는 ‘디지털 디톡스’ 서비스를 제공한다. 올해 3월 이탈리아 베로나 북부에 문을 연 레스토랑 ‘알 콘도미니오(AlCondominio)’의 이야기다.
해당 식당은 손님들이 휴대폰을 쳐다보는 대신 서로 대화를 나누도록 장려하기 위한 취지에서 시작했다.식당에 따르면 고객의 90%가 와인과 휴대폰을 바꾸면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실제로 고객들은 휴대폰을 보는 대신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고객은 레스토랑 입구에 있는 사물함에 휴대폰을 보관하면 된다. 사물함 열쇠를 웨이터에게 보여주면 와인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사물함 리뷰 이벤트도 진행한다. 식사 후 리뷰를 작성해 사물함에 남기면, 가장 좋은 후기를 쓴 고객을 선정해 무료로 식사할 기회를 제공한다. 해당 레스토랑은 디지털 디톡스에 참여하려
는 고객들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스웨덴 디지털 대신 종이책 교육으로
스웨덴이 디지털 도구를 활용한 학교 교육에서, 종이 책과 독서, 손으로 글쓰기 등 전통 방식의 교육을 다시 강조하고 있다. 스웨덴 안에서 지나치게 디지털화된 학습 방식으로 인해 문해력 등 학생들의 학습 능력이 저하됐다는 비판이 생기면서 나타난 변화다. 지난해부터 스웨덴 학교에서는 디지털 기기의 사용, 학생 혼자 인터넷 검색하기, 키보드 자판 익히기 등에 할애하는시간을 줄였다.
또한, 스웨덴 교육부는 2023년 8월 유치원생들에게 디지털 기기 사용을 의무화한 국립교육청의 결정을 취소할 것이라고 발표했으며 6살 이하 아동 교육에 디지털 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