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머리말

정책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우선순위 판단이다. 사안의 중요성과 시급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경부고속철도가 개통된 2004년 이후 철도건설에서 가장 중요하고도 시급히 해야 할 사업은 어떤 것이었을까? 그 사업은 수도권 고속철도 건설사업이었다.

당시 정부는 경부고속철도 2단계 사업을 하고 있었고, 호남고속철도 사업도 계획 중이었다. 그러나 2개 사업에 약 30조 원을 투자해도 KTX의 추가운행은 어려운 상황이었다. 왜냐하면 경부고속철도 1단계 사업은 당초 계획을 수정하여 서울역이 아니라 광명역에서부터 건설되었고, 서울역에서 광명역까지는 기존 경부선을 일반열차와 공용하도록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도권 고속철도 건설사업은 정부가 최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업이었지만 정치권도 이 사업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고 정부도 적극적이지는 않았다.

본고는 필자가 2005년 3월 건설교통부 철도정책과장으로 발령받은 후, 이 사업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정책형성 단계인 정책의제 설정과 정책결정을 주도한 경험을 정리한 것이다. 논의의 초점은 첫째, 어떤 정책목표와 전략을 가지고 서울 시내 시종착역을 복수화하고 최단기간에 완공했는지? 둘째, 이후 어떻게 (주)SR을 설립하여 철도운영 경쟁체제 도입이란 철도개혁을 했는지? 이다. 정책학적으로 보면 수도권 고속철도 건설사업과 철도운영 경쟁체제 도입과정을 동태적으로 분석·정리한 정책사례분석(POLICY CASE STUDY)이다. 이하에서는 수도권 고속철도 건설사업과 철도운영 경쟁체제 도입에 관한 정책의제 설정, 정책결정, 정책집행, 정책평가의 순서로 서술하고자 한다.

2. 정책과정과 특징
1) 정책의 개념

정책은 학자에 따라 다양하게 정의되고 있으나, J.Mitchell과 W.Mitchell은 정책이란 “사회에 존재하는 각종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상되고 결정된 것”이라고 정의하여 현실문제의 해결을 강조하고 있다.1) Dror는 정책을 “정부기관에 의하여 결정된 미래의 활동지침”이라고 정의하여 정책의 공공적 특성을 강조하고 있다.2) 권기헌은 정책의 미래지향적 가치 추구라는 측면을 강조하여, 정책을 “미래의 바람직한 상태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해 강구된 과학적 정책수단에 대하여 권위 있는 정부기관이 내린 미래의 활동지침”이라고 정의3)하면서, “정책목표, 정책수단, 미래의 활동지침 및 권위 있는 결정”이라는 4가지를 정책개념의 구성요소로 보고 있다.4) 이러한 정책개념 요소 중 정책목표의 관점에서 보면, 정책은 미래지향적 가치의 실현과 과거에 발생한 문제의 치유라는 두 가지 측면을 모두 담고 있다.

<그림 1> 문제구간 현황(건설교통부 장관 방침문서(2007.12.))

2) 정책과정과 특징

(1) 정부업무와 정책과정(Policy process)
정부는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각종 제도나 계획을 정비하고 많은 단위업무를 추진하게 된다. 그 형태는 법령의 제·개정, 계획의 수립·수정, 각종 단위사업이나 대책의 시행·관리, 대규모 개발사업의 기획·관리, 지시, 명령, 협의·조정, 지원, 모니터링 등이 된다. 이와 같은 업무들이 구체화되는 과정에는 정책의제 설정과 정책결정 등 정책과정에서 행정부의 공무원, 국회, 시민단체, 언론, 이해관계집단 등 다양한 주체들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업무수행과정을 정책과정의 측면에서 보면, 정책의제 설정단계, 정책결정단계, 정책집행단계, 정책평가단계, 정책환류단계로 나눌 수 있는데, 각 과정의 내용과 특징은 다음과 같다.5)

① 정책의제 설정단계(Agenda setting stage) : 정책의제 설정이란 사회에 있는 개인 및 각종 집단의 요구들이 정부의 진지한 관심 대상으로 전환되어 가는 과정으로서, 정부가 사회문제를 정책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심각하게 검토하기로 결정하는 행위 또는 과정을 의미한다.

② 정책결정단계(Policy making stage) : 정책결정이란 의제 설정단계에서 정부의제로 채택된 정책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개발하고 분석하는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선택하는 행위이다.

③ 정책집행단계(Policy implementation stage) : 정책집행이란 일련의 전체 정책과정 가운데 정책결정과 정책평가 단계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실천적 단계로서, 정책내용을 구체화하기 위한 실현 활동이다. 정책의 집행에는 재정자원, 인력 동원과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정책집행은 산출과 영향을 가져오게 되며, 정책집행을 통하여 정책목표가 달성되는 것이다.

④ 정책평가단계(Policy evaluation stage) : 정책평가란 정책목표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달성했는가를 측정하는 활동으로, 정책의 성공과 실패를 판단하는 정책의 산출, 성과와 영향에 주로 초점을 맞춘다. 결정되고 집행된 정책이 사회 전체의 개선에 어떤 역할을 했는가를 알아보는 것으로 크게 3가지 질문에 답하는 것이다. 첫째, ‘당초 정책이 의도하였던 목표가 달성되었는가?’(정책의 효과성). 둘째, ‘정책목표 달성을 위해 어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되었는가?’(정책의 능률성). 셋째, ‘정책의 영향이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갔는가?’(정책의 형평성).6)

⑤ 정책환류단계(Policy feedback stage) : 정책환류란 정책영향에 대한 평가결과가 다시 환경이나 정책결정과정으로 환류되는 것을 말한다. 정책영향에 대한 평가결과에 따라 정책이 효과적이지 못해 실패한 것으로 판단될 경우, 해당 정책은 종결되거나 대폭 수정되어야 하며, 이러한 과정을 거친 정책내용은 새로운 정책과정으로 환류되어야 한다.

1) Joyce M. Mitchell and William C. Michell, 1969, Political Analysis and Public Policy, Chicago : Rand McNally, p.41, 안해균, 1985, 정책학원론, 다산출판사, p.70에서 재인용.

2) Y. Dror, Yehezkel, 1968, Public Policymaking Reexamined, Scranton : Chandler Publishing Company, p.12, 노시평 외 정책학, 1999, 학현사, p.3에서 재인용.

3) 노화준은 여러 학자들의 의견을 종합하여, 정책의 주요 특징을 목표지향성, 수단지향성, 변동대응성, 가치배분성(정책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혜택을 가져다주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손해를 가져다주어 결과적으로 사회적 가치를 배분하는 기능을 수행), 문제 해결 지향성, 인과성(정책의 목표와 수단 간에 인과적 연결관계가 있음), 공식성, 의사결정망의 포괄성, 합리적 분석․선택과 협상의 산물로서의 양면성, 강제성과 제약성, 결정수준의 상위성(다른 의사결정과 달리 조직의 상위계층에서 이루어짐)으로 정리하고 있다(노화준, 정책학원론, 2012, 박영사, pp.4-8).

4) 권기헌, 정책학강의, 2018, 박영사, pp.86-87.

5) 권기헌, 앞의 책, pp.142-144.

6) 이외에도, 정책수혜집단의 요구·선호·가치의 만족 정도를 나타내는 ‘대응성(responsiveness)’, 특정 정책이 지니고 있는 가치나 비전이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 바람직한 규범성을 지니고 있는가를 판단하는 ‘적합성(appropriateness)’, 특정 정책이 시기(timing)와 처방 강도면에서 적정했는가를 판단하는 ‘적정성(adequacy)’ 등 여러 가지 정책분석․평가의 기준이 제시될 수 있다(권기헌, 앞의 책, pp.143-144, p.284).

(2) 정책형성과 정책과정
정책형성의 개념은 학자에 따라 다소 다르게 정의되고 있다. 권기헌은 정책형성을 정책의제 설정과 정책결정(정책분석 포함)을 포괄하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7) 이에 비해 노화준은 정책형성이란 정책문제를 정의하고, 문제해결을 위한 대안을 탐색·개발·설계하며, 대안평가 기준을 선정하여 평가하는 참여자 간의 동태적인 과정으로 정의한다.8) 그는 이를 달리 표현하여, 정부가 어떤 공공문제가 있다고 인정하고, 정책결정자가 그 문제를 시정하기 위하여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행동노선을 최종적으로 결정하기 위하여 준비하는 과정으로 본다. “행동노선”이란 표현이 다소 추상적이기는 하나, 필자는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추진전략 수립, 방향 설정, 개략적인 일정 등을 정하고 정책분석을 하는 일종의 준비 과정으로 보고자 한다.

(3) 정책과정의 특성
정책과정론에서 정책과정을 단계적으로 구분하고 있지만 실제 정책을 해보면 각 단계가 명확히 구분되지도 않고 어느 시점을 어느 단계로 볼 것인가도 애매한 경우가 많으며 중복되기도 한다. 실제 정책의제 설정단계에서 개략적인 정책분석을 하기도 하고 결정된 정책이 집행단계에서 변경되기도 한다. 또한 정책참여자 간의 역학관계 변화가 정책과정과 정책내용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정책의제 설정과 정책결정 단계에서 정부 부처 관료(공무원)들의 역할과 영향력은 크게 변화하였다. 변화의 변곡점은 1987년이라고 생각된다. 관료들의 역할과 영향력은 1987년 정치민주화 이후 줄어들기 시작하여 2000년대 중반 이후에는 크게 위축되었으며 2010년대 중반 이후에는 정책주도력을 거의 상실했다고 생각된다. 예를 들어 1990년대까지는 정부 관료가 정책의제 설정을 주도하거나 외부를 동원하는 형태로 많이 하였으나, 최근에는 외부주도형의 비중과 중요성이 커지고 있으며 특히 국회의원의 영향력이 크게 확대되었다. 정책결정 단계에서도 효율성(경제적·기술적 합리성) 보다는 민주성(정치적 합리성)이 상대적으로 중시되고 있다.

한편 현대 사회의 복잡성 증대, 불확실성 확대, 급격한 기술발전 등으로 미래예측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국회·언론·시민단체 등 외부 정책참여자의 역할과 영향력이 증가함에 따라, 정책분석이 더욱 어려워지고 정책결정 시 최선안(最善案)이 아니라 차선안(次善案)이나 차차선안(次次善案)이 선택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단위 정책 차원에서 보면 외부의 부당한 개입이 없는 경우에는 일련의 정책과정을 거치면서 정책이 진화된다고 볼 수 있다. 정책거버넌스 측면에서 보면 점차 참여자의 범위가 확대되고 참여자 간 실질적 토론과 합의가 중시되고 있다. 이와 같은 다양한 원인에 의하여 정책과정은 복잡하고 동태적인 순환과정을 밟게 된다.

(4) 정책과정에서 중앙부처 과장의 역할
정부 정책을 크게 분류해 보면, 특정 부처 내부 결정만으로 가능한 정책, 정부 내에서 관계부처 협의나 합의가 필요한 정책, 법률 제·개정과 같이 국회를 통해 이루어지는 정책으로 나눌 수 있으나, 1987년 민주화 이후 거의 모든 정책에 대한 국회의 통제와 영향력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법령을 제외한 각종 정책은 “계획, 대책, 방안, 지침, 분석, 평가”등의 제목으로 보고되거나 결재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정책의 중요도에 따른 위임전결 규정에 의하여 장관, 차관, 실장(차관보), 국장(정책관), 과장 등 최종 결재권자가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 다양한 기존 업무와 새로운 업무를 발굴하여 정책화하는 과정에서 중앙부처 과장의 역할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정책과정에서 무엇을 정책안으로 결정하여 공식적으로 검토하고 논의할 것인지를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지위에 있는 자가 과장이다. 중요도에 차이가 있지만 실제로 업무의 90% 정도는 과장이 결정하고 집행한다고 보면 된다. 과장이 실질적인 의사결정자이므로 집행 과정에서는 의사결정점(decision point)의 역할을 하고, 이는 또한 거부점(veto point)으로 작용할 수 있다.9) 그리고 과장의 역량과 의지에 따라 실제 2~3직급 위의 역할을 할 수도 있고 아무런 역할을 못 할 수도 있다.

3. 수도권 고속철도 건설사업의 정책과정
1) 수도권 고속철도 건설사업의 정책의제 설정(Agenda Setting)

수많은 사회문제 중 어떤 문제는 정부가 해결하려고 하는 정책문제로 채택되고 어떤 문제는 그렇지 않은가? 어떤 정책의제가 채택될 것인가는 정부, 국회, 이해관계집단, 언론, 시민단체 등 정책주체의 해당 의제(이슈)에 대한 관심과 지지에 의하여 결정된다. 하지만 이슈에 대한 관심과 지지 수준은 정책문제를 어떻게 정의하고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지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10) 따라서 정책을 주도하는 정책선도자가 문제를 인지하고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역량과 의지가 대단히 중요하다.

필자가 건설교통부 철도정책과장으로 발령받은 2005년 3월은 경부고속철도가 개통된 지 1년이 되지 않았고 철도구조개혁에 의하여 철도공사가 출범한 지 채 3개월도 되지 않은 시기였다. 따라서 건설교통부, 철도공단, 철도공사 등 철도 관련 기관들은 철도거버넌스 변화에 따른 새로운 미션의 정립과 조직 내부의 안정화 등으로 다소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이러한 시기에 건설교통부의 우선 과제는 법정계획의 수립, 철도건설법·철도안전법·철도사업법 등 2004년에 제정된 법률의 하위법령(시행령·시행규칙)과 각종 규칙·지침·절차 등 고시·훈령을 제정하고 새로운 철도건설·운영체제를 안정화하는 것이었다. 철도정책과의 2005년도 최우선 과제는 철도건설법에 의한 「제1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과 철도산업발전기본법에 의한 「제1차 철도산업발전기본계획」의 수립이었다. 이에 따라 필자는 2005년에는 계획수립을 우선 추진하고 2006년에는 철도건설사업의 최우선 과제로 생각하고 있던 수도권 고속철도 건설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키로 하였다.11)

7) 권기헌, 앞의 책, pp.177-178.

8) 노화준, 앞의 책, p.233.

9) 정정길 외, 정책학원론, 2023, p.145.

10) 정정길 외, 위의 책, p.291.

11) 필자가 철도정책과장으로 재직한 3년(2005.3∼2008.3) 동안 제1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수립업무와 수도권 고속철도 건설사업의 실무 담당자는 주종완 사무관(현 국토교통부 국장), 제1차 철도산업발전기본계획 수립업무와 철도공사 경영개선 대책 수립업무는 이상철 사무관(전 충북개발공사 사장)이 담당하였다.

한편 정부 부처의 어느 직급에서 어느 정도 결정된 것을 정책의제로 설정된 것으로 볼 것인가에 대해서는 획일적으로 규정하기 어렵다고 생각된다. 장·차관, 실·국장, 과장 등 결정권자가 사회문제에 대하여 보고받거나 결재한 시기, 관계부처 협의가 문제 해결에 미치는 중요도, 정책의제(과제)의 내용 변동 등에 따라 다르다. 수도권 고속철도 건설사업의 경우, 필자가 2005년 3월 철도정책과장으로 발령받은 후 바로 「제1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수립에 착수하면서 최우선적으로 계획에 반영하기로 하였다. 이에 따라 건설교통부는 2005년 11월 30일 수도권 고속철도 건설사업을 반영한 「제1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안)」에 대하여 관계부처, 지방자치단체 등과 협의를 시작하였다. 협의 과정에서 기획예산처는 건설교통부의 관계기관 협의안12)인“ … 고속열차, 일반열차, 수도권 전동차 혼용으로 용량 한계에 도달하고 있는 서울~시흥 복선전철(17.6km) 최대한 조기 착수 ”부분은 계획에서 제외하라고 요구하였으나, 계획에 포함시키되 “경부고속철도 2단계 사업, 호남고속철도 개통 등에 대비, 수도권 철도망 개선방안을 연구하여 결과에 따라 사업 추진”하는 것으로 수정하여 반영하기로 합의하였다. 관계기관 협의 결과를 반영한 「제1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이 2006년 3월 확정 고시됨에 따라, 수도권 고속철도 건설사업도 이때 정부에 의해 정책의제로 채택되었다고 볼 수 있다.13)

2) 수도권 고속철도 건설사업에 대한 정책결정

여기에서 서술할 내용은 이 사업에 대한 정책분석을 포함한 정책결정에 관한 부분이다. 정책분석은 목표설정과 전략수립, 대안의 개발과 비교 평가를 중심으로 하였다. 이 사업에 대한 정책분석은 『수도권 철도망 개선방안』연구용역(2006.10∼2007.12)을 통해 이루어졌으며, 용역 과정에서 주요쟁점을 정리하였다. 그리고 정부 재정을 줄이기 위해 신도시 광역교통개선부담금을 사용하는 방안도 건설교통부 내 주거복지본부와 협의하였다.

(1) 사업추진 목표와 전략
앞에서 설명했듯이 2004년 4월 1일 경부고속철도 개통 이후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사업은 경부고속철도 1단계 사업에서 제외된 고속철도 수도권 구간을 건설하는 것이었다. 문제는 어떤 사업 목표와 전략을 가지고 철도 이용자들이 수도권 고속철도를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당시 필자는 ①서울역에 집중된 수요를 분산하기 위하여 서울 시내 고속철도 시발역을 복수화하고 ②최단기간 내에 완공한다는 2가지 정책목표를 설정하였다.

이와 함께 이러한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을 고민하게 되었다. 전략의 핵심은 이 사업(프로젝트)에 대한 대통령의 관심과 지지를 이끌어내고, 본격적인 사업추진을 위한 연구용역(타당성조사 및 기술조사)을 조속히 시행하는 것이었다. 때마침 2005년 12월 「제1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 대한 기획예산처 등 관계기관의 협의가 완료되어 수도권 고속철도 건설사업이 사실상 국가계획에 반영된 시점에, “철도공사 경영개선대책”을 마련하라는 대통령 지시가 있었다. 연이어 2006년 1월 초 국무총리가 같은 지시를 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필자는 2006년 상반기 철도공사 경영개선대책14) 수립에 집중하면서 정부지원 사항에 수도권 고속철도 건설사업 반영을 추진하였다. 이와 함께 이 사업에 대한 연구용역도 조속히 추진하기로 하였다.

(2) 수도권 철도망 개선방안 연구용역 추진 과정
연구용역을 조속히 추진하기 위하여 철도정책과는 2006년 1월 초부터 연구내용과 개략적인 예산 규모에 대해 검토하였다. 이 당시 필자가 강조한 것은 용역에 충분한 예산을 투입하여 기본계획 수립과 비슷한 수준의 깊이 있는 연구조사15)를 하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연구진이 도상 검토에 그치지 않고, 실제 측량을 하도록 하는 등 현장 상황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한편, 최대한 실현 가능하면서도 다양한 시나리오를 마련하여 최적의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한 것이었다. 그래야만 이후 계획 단계에서 쟁점을 최소화하여 사업을 빨리 추진하고 최고 품질의 철도를 건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건설교통부에는 다른 예산을 전용하지 않고는 적정규모로 생각하고 있는 약 20억 원의 예산이 없었다. 이에 따라 필자는 2006년 4월 말 철도공단 기획조정본부장에게 이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철도공단이 충분한 예산을 투입하여 연구용역을 하도록 요청하였다. 그러나 철도공단의 소극적 업무추진으로 3개월이 지난 7월 말에도 별다른 진전이 없어서, 건설교통부가 직접 용역을 수행하기로 결정하였다.

문제는 철도국(당시 철도기획관)의 어느 과에서 담당하느냐는 것이었다. 당시 고속철도과는 호남고속철도 용역 시 고속철도 수도권 구간은 별도의 철도건설이 필요하지 않다고 했기 때문에 용역을 맡을 수 없다고 했다. 새로운 신호체계(ATP : 열차 자동 보호시스템)를 도입하면 선로용량이 증가하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철도건설과도 용역을 담당할 수 없다고 했다. 과거 도로국이 중심으로 되어 있고 철도국의 철도건설과만 소속되어 있는 당시 기반시설본부의 조직 특성과 예산·정책 우선순위 고려 시, 중요한 철도용역을 맡을 수 없다고 하였다. 이에 따라 개별 사업(프로젝트)은 담당한 적이 없는 철도정책과(당시 철도정책팀)에서 용역을 담당하기로 하였다. 8월에는 연구용역의 내용, 수행체계(관리 감독 T/F 및 P/T 구성)16), 추진일정 등 연구용역 시행계획을 마련하면서, 예산은 고속철도 실용화 예산을 전용하는 방안을 기획예산처와 협의하기로 하였다.

이에 따라 2006년 8월 중순부터 기획예산처와 예산전용 협의를 시작하였다. 이때는 이미 7월 26일 국정현안조정회의를 거쳐 “호남고속철도 개통(2016) 이전 경부선 서울~시흥 구간 선로용량을 확충”하기로『철도공사 경영개선 대책(총리실 주관)』을 확정한 시점이었으나 전용협의는 순탄치 않았다. 기획예산처는 신선 건설방안을 용역 내용에 포함하는 것에 반대하였다. 즉 서울∼시흥 간 용량 부족 문제를 해소하는 방안으로 ATP 도입, 복층열차 등 운영 효율을 높이는 방안에 초점을 맞추도록 요구하였다. 사무관 선에서 합의가 되지 않아, 필자가 9월 초 기획예산처 건설교통예산과장과 협의하여 신선 건설을 용역에 포함하기로 최종 합의하였다. 구두 합의가 끝나고 정식 예산전용요청 공문은 9월 8일 발송하여 9월 22일 승인(18억 원) 공문을 받았다.

12) 협의안에는 “서울~시흥 복선전철”뿐만 아니라 이 사업과 밀접하게 연관된 서울~수색 2복선 전철화 사업도 포함되어 있다. 구체적으로는 “회송열차(고속+일반), 화물열차의 공유로 선로 용량이 부족한 서울~수색 2복선 전철화(8.2km, 15년 내 착수)”로 되어 있다.

13) 제1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안)에 대한 관계기관 협의가 2005년 12월 끝났기 때문에, 이때 수도권 고속철도 건설사업이 정책의제로 채택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14) 철도공사 경영개선 대책은 크게 보면 철도공사의 자구노력과 정부지원사항으로 구성되었다.

15) 이 연구용역에서는 사전타당성조사에서는 하지 않는 측량까지 하였으며, 측량자료를 기본계획 용역 시 그대로 활용하였다. 또한 철도사업 기획단계에서 매우 중요한 선로용량, 설계교통량, 철도서비스 수준 도입 등 철도계획체계 정립방안도 제시하였다.

16) T/F(Task Force)팀 : 정덕모 철도기획관(주관), 철도정책과장, 고속철도과장, 철도건설과장, 광역철도과장, 한국철도공사 및 철도공단(기획조정본부장), 서울대학교 이성모 교수, 한국철도대학 서광석 교수
P/T(Project Team) 팀 : 김한영 철도정책과장(주관), 관련과 담당 사무관, 철도공사(전략기획팀장), 철도공단 (사업기획팀장), 교통연·철기연·국토연 책임연구원. 용역 수행과정에서 T/F팀은 거의 운용되지 않았고 P/T를 자주 개최하여 용역관리와 쟁점을 정리하였다.

(3) 대안의 개발과 비교 평가
연구용역에서 대안은 크게 저투자 대안과 신선건설 대안이 검토되었다.17) 저투자 대안은 신호체계 개선과 복층열차 도입이고 신선건설 대안은 서울∼시흥 축과 강남 출발 노선축을 병행 검토하는 것이다.
저투자 대안 중 ATP(Auto Train Protection)는 도입되더라도 선로용량이 9회 증가(편도 171회→180회)에 불과하여 수요처리에 한계가 있으며, 복층열차 도입도 수송능력 증대 효과는 있으나(좌석 수: 44% 증가) 과도한 사업비가 소요되고, 1일 공급 가능 좌석 수도 2015년 수요에 미달한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따라서 저투자 대안은 단기적인 처방에 불과하므로 근본대책이 되지 못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신선건설은 크게 3개 대안(세부 7개)을 검토하였다. 대안의 구체적 내용은 ① 서울 ~ 시흥 축 고속철도 신선 건설(고속열차 회송을 위한 서울 ~ 수색간 2복선화 사업 포함한 1개) ② 서울역 중심 수요를 분산하기 위한 강남(수서) 출발 고속철도 신선 건설 (3개) ③ 서울 ~ 시흥 축과 강남 출발 노선 동시 건설 (3개) 대안이다. 이 중에서 경제성(B/C)이 높은 3개 대안은 서울 ~ 시흥 축 노선(1안, 1.51), 강남 출발 노선 중 수서~동탄~평택 노선(2안, 1.56), 서울 ~ 시흥 축과 강남출발 노선 동시 건설 대안(5안, 1.60)으로 분석되었다. 세부대안별 사업비, 1일 수요처리 가능 인원, B/C 등 경제성 분석결과는 <표 1>과 같다.

<표1> 경제성분석결과요약(수요 : 2016년, 왕복기준)

* 주 1 : 일 고속철도 수요처리량 중 괄호 내 수치는 수서 ~ 부산·광주간 수요
주 2 : 서울 ~ 시흥 선로용량 미확충 시 ’16년 수요는 138,645명 수준

(4) 주요쟁점 정리 : 우선순위 판단 및 기획기간 단축
수도권 고속철도사업 추진과정에서 핵심적인 사항은 첫째, 서울~시흥 축과 강남 출발 노선을 동시에 건설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2개 노선을 동시에 추진할 수 없는 경우에 어느 노선을 먼저 건설할 것이냐는 우선순위 판단, 둘째, 조속히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예비타당성조사, 기본계획수립 등에 소요되는 기획기간 단축과 재정부담 완화방안을 강구하는 것이었다.

2007년 5월 중간보고서를 제출받은 후, 2007년 6월 8일 연구용역 워크숍, 6월 15일 중간보고회, 8월 28일 워크숍을 연달아 개최하였다. 주요 논의 사항은 노선에 대한 우선순위, 기획기간 단축방안, 남북철도 수도권 통과방안 등 이었다.18) 6월 8일 워크숍과 6월 15일 중간보고회에서는, 강남권 고속철도 신설방안을 적극 검토하여 고속철도역을 이원화19)하고 남북철도 수도권 통과방안으로 대곡∼소사∼원시 노선에 화물기능을 부여하기로 하였다. 아울러 철도계획체계 정립20)을 위하여 ① 선로용량을 하루()가 아닌 시간 단위로 바꾸는 방안 ② 설계 교통량을 연평균 1일 평균 교통량으로 하지 않고, 시간 단위로 바꾸기 위한 설계 시간 교통량 산정에 대한 절차 제시 방안 ③ 철도서비스의 가용성(시격), 안락감(탑승률), 속도, 편의성을 객관화하여 철도서비스 수준을 정하는 방안을 논의하였다. ①과 ②는 철도계획에도 도로와 같이 첨두(peak) 수요를 반영하기 위한 것이다. ③에 따라 서비스 수준에 대한 정의가 객관화되면, 철도시설과 운영계획 수립 시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 수준의 명시적 고려가 가능해진다. 이는 기존의 ‘수요산정→시설/운영계획 수립’이라는 접근방법에 비해, 시격·속도·정시율 등 서비스 수준에 따라 수요가 변화한다는 역(reverse)의 관계를 명시적으로 고려하는 논리적으로 진일보한 접근방법이다.
8월 28일 워크숍에서는 그간 연구진, 관계기관과 심도 있게 논의해 온 3가지 중요 추진방향을 전문가들과 함께 토론하면서 결정하였다. 첫째, 서울∼시흥과 강남권 고속철도 신설 사업을 원칙적으로 동시 추진하되, 동시 추진이 어려울 경우에는 강남권 노선을 우선21)추진한다. 둘째, 강남권 고속철도 신설 사업은 경부고속철도 기본계획 변경으로 추진 검토한다. 셋째, 여론 수렴을 위해 10월 초 공청회를 개최한다.

이 중에서 두 번째 사항인 기존 기본계획을 변경하여 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은 이전 단계인 예비타당성조사를 생략한다는 의미이므로 사업기획기간 단축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 당시 철도정책과는 사업시행 여부를 결정하는 예타는 필요 없다고 판단하였다. 당시 경부선 서울∼시흥 구간이 이미 선로용량 한계에 도달하여 주말에는 열차를 추가로 투입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11월 26일 철도정책과와 철도공단이 강남권 고속철도 건설사업 추진을 위한 경부고속철도 기본계획 변경 방안을 협의하고, 철도공단이 구체적인 행정협의, 설계, 계약방식, 절대공기 등에 대해 검토하여 철도정책과에 보고하도록 하였다. 한편 2007년 9월경 필자는 주거복지본부장을 찾아가 수도권 고속철도 강남(수서) 노선 사업추진 시, 동탄역을 만들어 주는 조건으로 동탄신도시 개발사업에서 나오는 광역교통개선부담금 1조 2,000억 원22)을 고속철도 사업에 사용하기로 합의하였다. 대규모 철도사업을 추진할 때 정부 재정부담을 줄이는 것은 사업의 조속한 추진을 위하여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17) 자세한 내용은 다음 보고서에 있다. 대한교통학회·한국교통연구원·㈜유신,『수도권 철도망 개선방안 연구』, 2007, 제6장(서울~시흥간 선로용량 확충방안 검토) 및 제7장(신규노선 건설대안) 참고. (pp.231-370).

18) 중간보고서는 2006년 5월 제출되었으며, 6월 8일 워크숍에는 철도정책과장, 고속철도과장, 철도담당 서기관·사무관, 강기동, 양근율, 서광석, 손기민, 최진석 박사, 유신(용역사) 유호식 철도부문 사장(본부장), 철도공사 수송팀장, 공단 미래사업단장, 연구진 등이 참석하였다. 6월 15일 연구용역 중간보고회에는 철도정책과장 외 철도관련 과장, 담당 사무관, 철도공단·공사 부장, 연구진 한양대 서선덕 교수 등이 참석하였다. 8월 28일 워크샵 에는 건교부 철도정책과장 외 4명, 연구진 한양대 서선덕 교수 외, 외부 자문위원 서울시 감금수 광역교통팀장 외 5명, 철도공단 노병국 부장 등이 참석하였다.

19) 6월 15일 중간보고회에서는 수서(강남)와 서울∼시흥(광명) 2개 노선 동시 전략으로 가되, 정부재정상 어려울 경우 수서노선을 우선 추진하고, 서울시 등이 참석하는 워크샵을 개최하여 한번 더 논의하여 최종 결정하기로 하였다.

20) 자세한 내용은 다음 보고서에 있다. 대한교통학회·한국교통연구원·㈜유신, 앞의 책, 제2부 철도계획체계의 정립(pp.19-228.) 참고.

21) 중간보고회와 2번의 워크숍은 필자가 주관하였으며, 우선순위와 관련하여 수도권 고속철도 건설을 위해서는 서울에 주박기지를 만들 수 있는 부지가 필요한데, 양재지역은 이미 개발되어 불가능하고, 마지막 남은 수서지역도 시간이 더 지나면 부지확보가 불가능하므로 강남노선을 우선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22) 이 금액은 8,000억 원으로 최종 조정되었다.

(5) 정책결정 : 용역 최종보고회, 장관 방침결정
정책결정은 정책분석과정을 거쳐 정책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전체 정책과정에서 크고 작은 정책결정이 이루어진다. 수도권 고속철도 건설사업에 관한 정책결정도 정책분석 단계에서 주요 쟁점을 정리하는 형태로 많이 이루어졌다. 용역 최종보고회는 관계기관 참석자들이 이전 결정 사항들을 다시 확인하고 새로 제기된 사항에 대하여 토론하는 회의였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강남권 고속선과 서울∼시흥 및 서울∼수색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 경제성이 가장 높으며, 예산 제약 시 강남권 고속선을 우선 추진한다. 아울러 강남권 고속선 건설 시 수서역 주변에 역세권 개발 등을 고려하여 충분한 부지를 확보한다.23)

위와 같이 2007년 12월 말에, 용역결과에 대한 최종보고회를 준비하면서 장관방침 문서도 함께 준비하였다. 장관방침의 내용은 추진 경위, 그간의 경과, 검토대안(저투자 대안 + 신선건설 방안 + 최종선정 대안), 향후계획으로 작성되었다. 최종선정 대안은 이미 설명한 바와 같이, 경제성과 재무성이 우수한 서울∼시흥과 수서∼동탄∼평택 노선을 동시 건설하고, 재정 여건상 동시 추진이 곤란한 경우 강남 출발 고속철도 신설을 우선하고 서울∼시흥 축은 향후 추진하는 것이다. 향후계획은 2가지였다. 첫째, 인수위 등과 지속 협의하되, 부동산 영향을 감안하여 동탄 신도시 광역교통개선대책('08.2) 발표 이후에 공개한다. 둘째, 경부고속철도 3단계 사업 또는 호남고속철도 수도권 사업으로 추진하기 위해 내년 초부터 사전환경성 검토 등을 착수, 경부·호남고속철도 기본계획 변경을 추진한다.

3) 수도권 고속철도 건설사업의 정책집행

정책집행은 실천적 단계로서, 정책내용을 구체화하기 위한 실현 활동이다. 정책의 집행에는 재정자원, 인력 동원과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건설사업에서 일반적인 사업절차는 사전타당성조사 → 예비타당성조사 → 기본계획수립 → 설계·시공의 순서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수도권 고속철도 사업은 이미 건설교통부가 사전타당성조사보다 더 심도 있는 연구용역을 했고, 경부 또는 호남 고속철도 기본계획을 변경하여 예타단계를 생략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빠르게 진행하고자 하였다. 게다가 건설교통부가 장관방침에 따라 2008년 1월 기본계획 변경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경기도가 같은 노선 축인 동탄∼삼성 광역급행철도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이에 따라 사업집행 상황은 복잡하게 얽히게 되었다.

(1) 예비타당성조사 및 기본계획수립 과정과 결과
2008년 1월 11일 건설교통부(고속철도과)는 철도공단이 기본계획 변경용역을 추진하라는 방침을 통보하였다.24) 기본계획 용역은 준비 과정을 거쳐 3월 20일부터 시작되었다.25) 그리고 참여정부에서 MB정부로 정권이 교체됨에 따라, 예년에 비해 조금 늦은 3월 24일 국토해양부의 대통령 업무보고가 있었다. 본 사업에 대해서는 “선로용량 부족문제 완화, 수도권 대도시 교통혼잡 해소를 위해 서울∼시흥, 서울∼평택 간 고속철도 건설 추진”으로 보고되었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대규모 재원이 소요되는 사업으로서 예비타당성조사 이후 추진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으며, 타당성이 인정되면 예산 반영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다(2008.4). 이에 따라 국토해양부는 5월 27일 기재부에 예비타당성조사를 요청하여 7월에 예타가 시작되었다. 그로 인해 기본계획수립 용역이 먼저 시작되고 나중에 예비타당성조사가 시작되어 2개 용역사업이 동시에 병렬적으로 시행되는 특이한 상황이 전개되었다.

당초 국토해양부는 수서∼평택과 서울∼광명(수색∼서울역∼광명) 2개 노선을 동시에 추진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2008년 12월 예타 중간점검에서 경제성 확보가 어렵다는 결과26)가 나오고, KDI는 수서∼평택 노선에 광역급행철도(GTX) 혼용 필요성을 제시하였다. 이에 따라 국토해양부는 12월 11일 예타 수행과업에 광역급행철도(GTX) 분석을 추가로 요청하였다. 2009년 8월에 끝난 예타 결과, 수서∼평택 노선 고속철도 단독 운행 시 B/C는 0.76, 광역급행철도와 공용 운행 시 1.05, 수색∼시흥 노선은 0.88로 나왔다.

한편 2008년 3월에 시작된 기본계획수립(변경) 용역도 예비타당성조사와 같은 사유로 용역기간이 연장되면서 2009년 10월에 완료되었다.27) 국토해양부는 예타에서 경제성을 확보한 수서∼평택 노선 기본계획에 대한 관계기관 협의와 철도산업위원회 심의를 마치고, 12월 24일 장관 방침을 받아 고시하였다. 기본계획의 주요 골자는 총사업비 3조 7,231억 원(국고 40%, 철도공단 60%)을 투입하여 2014년 말 완공계획으로 추진하며, 수서역·동탄역 및 수서주박기지를 설치하는 것이다.

(2) 설계·시공과 수서고속철도 개통
수서고속철도 노선은 수서역을 기점으로 경부고속도로 하부를 따라 지하터널로 계획되었다. 2009년 12월 결정된 기본계획상 정차역은 동탄역 1개였으나, 수서고속철도를 시공 중인 2013년 4월 철도산업위원회에서, 향후 수도권 광역철도의 중간역이 될 용인역과 성남역 설치를 고려하도록 하였다. 이에 따라 두 사업의 동시 시공 범위는 삼성·동탄 접속부와 수도권 고속철도 운행 이후에는 공사가 어려운 중간역 공사의 일부로 한정되었다. 철도공단은 총연장 61km인 이 사업에 대한 기본·실시설계를 거쳐 12개 공구로 나누어 공사를 시행하였으며, 2011년 5월부터 단계별로 착공하여 5년 7개월여 만인 2016년 12월 9일 개통하였다.

23) 이와 함께 토론에서, 수서∼평택 고속선에 전동차 운행 검토, 동탄신도시와 강남쪽(삼성역)을 직결하는 고속 광역전철이 필요(경기도), 평택 이남 노선 공유로 향후(2035년 이후) 병목현상이 발생하므로 수송수요 등 면밀 검토, 서울시에서 검토 중인 서울비행장 쪽 세곡3지구 택지개발사업과 철도시설과의 중복 여부 확인 필요 등의 의견이 제시되었다.

24) 2008년 12월 29일 수도권 고속철도 건설사업에 대한 장관방침이 결정됨에 따라, 철도정책과는 고속철도 업무 담당과인 고속철도과로 수도권 고속철도 건설 집행업무를 인계하였다. 기본계획 용역비는 50억 원이 책정되었으나 41억 8,900만 원이 소요되었다.

25) 기본계획 용역은 철도기술공사와 서현기술단이 수행하였다.

26) 경제성 분석 결과 B/C는 2개 노선 동시 시행 0.5, 수색∼시흥 0.8, 수서∼평택 0.6 임. 이러한 결과는 예타제도가 사업 통제 위주로 운영되어, 제도의 객관적이고 공정한 운영에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고 생각된다. 선로용량 한계로 현실적으로 열차투입이 어려운데 B/C가 1 이상으로 나오지 않은 결과는 비용과 편익 산정 항목, 기준, 방식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27) 기본계획 용역결과 수서∼평택 노선 고속철도 단독 운행 시 B/C는 1.17, 광역급행철도와 공용 운행 시 1.26이 나왔다.

<그림 2> 수서고속철도 노선 및 정거장계획(출처: 노병국, 고속철도20년사(안))

철도건설 시 가장 중요한 5가지 요소는 품질, 안전, 공사기간, 기술발전, 비용절감이라고 생각한다. 이 5가지 요소는 서로 상충될 수 있으므로 세심한 사업관리(PM)가 필요하다. 이하에서는 이러한 5가지 요소를 고려하여 수서고속철도 건설사업의 설계기준, 적용공법, 안전조치, 절차 단축, 역세권 개발, 연계 환승 등에 대하여 간략하게 서술하고자 한다.
첫째, 새로운 설계기준을 적용하였다. 수도권 고속철도는 전체 노선연장 61km 중 54km가 터널 구간으로 설계속도 350km/h의 기준에 맞는 최적화된 터널 단면적 선정이 공사비와 공사기간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였다. 이 사업에는 발전된 고속철도 차량 기술과 향상된 경부·호남고속철도 설계·시공능력을 바탕으로 경부고속철도 대비 16.8%가 축소된 89.5㎡의 최소 터널 단면적이 적용되었다.

둘째, 최초로 대심도 공법이 적용되고 비상 대피시설이 설치되었다. 수서고속철도는 도심구간을 통과하는 노선 특성상 지제역과 경부고속선 접속구간을 제외하고는 전 구간을 터널로 계획하였다. 이에 따라 수서역~평택 지제역 간 52.3km에 이르는 국내 최장이면서 세계에서 3번째로 긴 율현터널이 건설되었다. 이 터널은 경부고속도로·도심지 아파트 하부와 지질 여건상 신갈단층대를 통과하는 지형·지질 조건을 고려하여, 전 구간 NATM 공법을 기본으로 하되 소음·진동을 최소화할 수 있는 진동 리퍼 공법과 터널 전방 지질조사, 차수 그라우팅 등을 병행하여 시공하였다. 또한, 화재 등 비상시 외부로 대피하기 쉽도록 중간정거장(수서, 성남, 용인) 외 터널 중간에 피난 수직구를 평균 2.3km 간격으로 총 20개소를 설치하였다.

셋째, 공사 과정에서 안전 확보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였다. 수도권 고속철도는 수서역을 출발하여 동탄역과 지제역을 지나면 기존의 경부고속철도와 만나게 되는데, 기존의 고가로 되어 있는 경부고속철도 선로 아래로 터널(통복터널)을 시공하여 수서고속철도를 통과시켜야 했다. 이에 따라 기존 경부고속철도 교각의 기둥을 절단해야 했는데, 이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고속철도에서도 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최고의 난공사였다. 운행속도 300km/h를 유지하며, 허용 침하가 없도록 완벽하게 공사하기 위해 기둥을 받쳐주는 유압잭 자동화 시스템과 지반침하 실시간 자동계측 모니터링 시스템을 운영하였다. 이 중 가장 핵심이 되는 자동 유압잭 시스템은 구조물을 실시간으로 계측하여 측량데이터를 수집 판독 후 침하 또는 변위 발생 시 즉시 자동으로 원상 복귀시킬 수 있는 자동 시스템이다.

<그림 3> 수서고속철도 통복터널 현황 (출처: 국가철도공단 보도자료)

넷째, 수서고속철도 건설공사는 터널공사 위주로 주말도 없이 24시간 공사가 진행되었다. 일반적으로 기본설계를 마치고 총사업비 협의가 끝나면 실시설계를 하지만, 총사업비 협의기간 동안 실시설계를 병행하여 공기를 3~6개월 정도 단축하였다.

다섯째, 수서역은 역세권 개발에 유리하고 다른 철도와 편리하게 환승할 수 있도록 설계하였다. 수서정거장과 수서주박기지는 당초 기본계획에서 지상으로 계획하였다. 그러나 수서역 주변지역은 강남의 마지막 대규모 미개발지로 지하철 3호선 환승, GTX 역사 입지 및 역세권 개발을 통하여 서울의 부도심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았다. 이에 따라 철도공단은 복합환승센터 및 역세권 개발계획에 대한 마스터 플랜을 수립하고 수서역을 반지하로 설계 변경하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수서역 부지가 축소되어 주박시설이 부족하고 앞으로 확장도 어렵게 된 아쉬움이 있다.

2016년 12월 9일 수서고속철도가 개통되어 경부고속선 대비 부산 기준으로 운행 거리가 17.5km 줄어들었다. 아울러 서울 강남지역과 수도권 동부 및 동북부 지역 철도이용자의 고속철도역 접근시간이 1시간 정도 단축되었다. 이와 동시에 강남지역을 목적지로 하는 지방 고속철도 이용자의 접근성도 크게 향상되어, 전반적으로 고속철도 이용 편의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었다.

4) 수도권 고속철도 건설사업에 대한 정책평가 및 향후 과제

(1) 정책평가
정책평가란 당초 의도했던 정책목표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달성했는가를 측정하는 것이다. 당시 필자는 단순히 수도권 고속철도를 건설하는 것이 아니라 ① 서울역에 집중된 수요를 분산하기 위하여 서울 시내 고속철도 시발역을 복수화하고 ② 최단기간 내에 완공한다는 2가지 정책목표를 설정하였다.

첫째, 서울 시내 고속철도 시발역 복수화는 수서∼평택 고속철도를 차질 없이 건설함으로써 정책목표를 달성했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 당시 수서지역은 고속철도 주박기지 건설에 필요한 부지가 남아 있는 유일한 곳이었고 서울시가 개발계획을 수립 중이었다. 따라서 그때 수서∼평택 노선을 먼저 건설하지 않았다면 수서지역이 다른 용도로 개발되었을 것이기 때문에, 이후에 고속철도 건설을 통한 서울 시내 시발역(출발·도착역) 복수화는 거의 불가능했다고 본다. 다만 집행과정에서 정부 재정 형편상 고속철도와 삼성∼동탄 광역급행철도가 선로를 공유하게 되어 정책내용이 일부 수정된 아쉬움이 있다.

둘째, 최단기간에 완성한다는 정책목표도 달성되었다. 사전타당성조사 등 기획단계를 포함하여 실제로 철도건설에 소요되는 기간은 통상 15∼20년이다. 그런데 이 사업은 거의 10년 만에 완공되었다. 『수도권 철도망 개선방안 연구』용역이 시작된 2006년 10월을 기준으로 볼 때다. 필자가 「제1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 수립 당시 기획예산처와 합의하여 수도권 고속철도 사업을 반영한 시점이 2005년 12월이었으므로, 이 시점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11년 만에 완공되었다.

이를 구체적으로 보기 위해서는 당시 수립한 전략에 대한 사후 평가가 필요하다. 당시 수립한 전략의 핵심은 이 사업에 대한 대통령의 관심과 지지를 이끌어내고, 본격적인 사업추진을 위한 연구용역을 조속히 시행하는 것이었다. 때마침 대통령의 지시로 2006년 1월부터 시작되어 8월에 보고된 “철도공사 경영개선대책”의 정부지원 항목에 수도권 고속철도(서울∼시흥 구간) 선로용량 확충내용을 반영하였다. 이와 함께 연구용역 추진을 위한 기획예산처와의 예산전용 협의도 2006년 9월 완료하였다. 용역 착수부터 완료까지 기본계획 수립 용역에 준하는 수준의 예산 반영과 집행, 철저한 현장 위주의 검토, 용역과정에 정부와 용역진, 전문가들의 협업 등 용역이 내실 있게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이어서 2008년 3월 새 정부(MB)의 새해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수도권 고속철도 건설 추진이 보고되자, 기획예산처가 바로(4월) 이 사업을 검토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절차들이 유례없이 빠르게 진행된 것이다. 사업절차 측면에서, 당시 필자는 경부고속철도나 호남고속철도 기본계획을 변경하여 예타단계를 생략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시키고자 하였다. 그러나 기획예산처의 요구로 예타를 시행했지만 기본계획 수립기간 내에 예타를 완료하여 예타에 별도의 기간이 소요되지는 않았다. 결과적으로 사업기획에 소요되는 기간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이와 함께 국가철도공단이 사업관리를 잘하여 최단기간(5년 7개월)에 완공하였다. 결과적으로 기획기간 단축과 철저한 시공관리를 통하여 수도권 고속철도 건설사업을 최단기간에 완공했다는 점에서 당초 설정했던 정책목표를 달성했다고 본다.

(2) 건설 및 개통 효과
수서고속철도(SRT)는 개통 이후 1일 편도 60회 운행에 약 6만 명을 수송하고 있으며, 요일과 관계없이 거의 전 시간대의 열차표가 매진될 정도로 충분한 수요를 가지고 있다. 특히 의미 있는 것은 기존의 서울~용산~광명으로 이어지는 강북축 수요 약 14만 명을 더하여 고속철도 1일 이용 승객 20만 시대를 열었으며, ㈜SR에서 수서고속철도(SRT)를 운행함에 따라 코레일과 함께 고속철도 복수 운영자 시대도 열었다. 이 외에도 도시개발 측면에서 2가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본다.
첫째, 수서역세권 개발을 통하여 대도시인 서울의 다핵화에 의한 공간구조 개편에 기여했다. 이 사업은 고속철도 수서역 중심의 부지 37.6만㎡(11.6만 평)에 복합환승센터, 업무·상업시설, 공공주택, 학교, 공원, 녹지, 복합커뮤니티 등을 조성하는 것으로, 대중교통 중심개발(TOD)과 압축개발이 추구하는 매력을 살린 것이다.
둘째, 동탄 신도시의 조기 안정화에도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동탄역은 개통 이후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을 위한 통근 셔틀 열차가 시·종착하고 있으며, 동탄1·2신도시 주택경기를 활성화하여 동탄신도시가 제3기 신도시 중에서 가장 빠르게 안정화하는 데 큰 공헌을 하고 있다.28) 여기에 2024년 상반기 GTX-A 1단계 구간(동탄~수서 간)이 개통되면 광역철도역 기능도 추가되어 수도권으로 출퇴근하는 지역주민들의 이동시간이 크게 줄어들 것이다.

(3) 향후 과제
이러한 긍정적인 영향에도 불구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도 여전히 남아 있다. 첫째, 고속철도와 GTX-A가 공유하게 되어 있는 수서~동탄 구간에 SRT와 GTX 열차를 분리 운영하기 위한 선로증설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왜냐하면 SR이 이미 발주한 SRT 14편성이 운행되고 GTX-A 차량이 전 구간 운행되는 2028년경에는 선로용량이 한계에 도달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둘째, 당초 수도권 고속철도사업으로 추진했지만 아직도 건설하지 못한 수색~서울역~광명 건설사업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 이 사업은 많이 늦었지만 지난해('22.6) 기재부의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여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게 되었다. 그 외에도 현재 공사 중인 고속철도 오송~평택 구간과 오송 이남의 오송~대전~김천 구간 2복선화에 대한 사업도 필요하다고 본다.

- 2부(11+12월호)에서 계속 -

28) 노병국, 고속철도 20년사(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