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지키고 환경을 살리는 예술이 있다.
힙하고도 무해한 친환경 예술 활동이 궁금하다면 지금부터 집중할 것. 

writer.김정주

쓰레기의 환골탈태

정크 아트 & 업사이클링 아트

누구나 한 번쯤은 휴지심이나 버려진 깡통 등을 활용하여 생활용품으로 사용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버려지는 폐품을 예술 작품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정크 아트, 업사이클링 아트라고 한다. 매년 심각해지는 환경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예술계에서는 쓰레기를 이용해 작품을 만드는 정크 아트, 업사이클링 아트를 실천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조금 더 명확하게 뜻을 구분해 보자면, 정크 아트(Junk Art)는 생활 속의 잡동사니나 망가진 기계 부품 따위를 이용하여 미술작품으로 만드는 것을 뜻한다. 정크 아트는 1950년대 미국과 유럽에서 시작되었는데 당시 작가들은 산업폐기물이나 버려진 폐품을 작품의 소재로 삼았고, 자연스럽게 쓰레기를 양산하는 현대문명에 대한 비판을 작품에 담아내고자 했다.
해안가 쓰레기를 예술작품으로 활용하는 ‘비치코밍(Beach Combing)’ 역시 정크아트의 일종이다. ‘해변(Beach)’과 ‘빗질(Combing)’의 합성어인 비치코밍은 해변으로 쓸려 온 해양 쓰레기를 주워 모으는 것을 뜻한다. 쓰레기를 모아 예술작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비치코밍 리사이클’이라고 하는데, 유리조각을 이용한 모빌, 폐현수막이나 그물을 이용한 가방 등으로 재창조된다.
업사이클링 아트(Upcycling Art)는 ‘업그레이드(Upgrade)’와 ‘재활용(Recycle)’의 합성어로 폐품에 아이디어와 디자인을 가미해 예술작품을 만드는 활동을 뜻한다. 정크 아트와 차이점이 있다면 폐품에 기술적, 예술적 가공을 더해 ‘실용성’에 조금 더 무게를 싣는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발생한 어마어마한 마스크 쓰레기를 이용해 의자와 스툴로 탈바꿈한 사례를 들 수 있다. 국내의 한 예술가는 마스크 쓰레기들을 모은 후 녹이고 굳히기를 반복해 튼튼한 소재의 의자와 스툴을 만들었다. 썩어서 소멸할 때까지 250년이 필요하다는 마스크 쓰레기를 이용해 실용적인 가구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참신한 업사이클링 아트의 사례로 꼽을 수 있다.
무심결에 버려지는 쓰레기에 고귀한 예술혼을 불어 넣어 새로운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착한 예술. 보잘것없는 쓰레기가 당신의 손을 통해 특별한 예술 작품으로 승화되는 경험을 해보고 싶지 않은가. 새롭게 활용할 수 있는 폐품들을 이용하여 나만의 예술혼을 불태워 보기를 바란다.
  • 기후위기 시대의 현대미술

    생태미술

    생태미술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조금은 생소하지만 생태미술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 속에서 세계를 새롭게 인식하는 태도를 기반으로 한 예술활동을 뜻한다. 환경에 대한 중요성이 나날이 대두되고 있는 요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생태학적 세계관을 예술 작품에 구현하는 시도도 늘어나고 있다.
    생태미술의 뿌리는 1960년대다. 당시 세계는 다양한 인권, 환경, 평화 운동 등이 확산되던 시기로 인간 중심적 세계관에 대한 반성이 대두되던 때다. 이때 미술계에서도 환경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강조하는 흐름이 생겨났고 자연환경을 중시하는 대지미술, 환경미술 등의 개념미술 장르가 탄생하게 된다. 이러한 배경을 토대로 1990년대 초, ‘인간’과 ‘자연’을 상호보완적이며 서로 진화하는 관계로 인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조되면서 본격적인 ‘생태미술’ 장르가 구축되기 시작했다. 
    생태미술은 단순히 자연 안에서 이루어지는, 혹은 자연을 소재로 한 미술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 중심적인 사고를 벗어나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 문화, 경제, 윤리, 미학 등을 포괄적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타 미술 장르와 차이점을 보인다. 
    생태미술가들은 생태학적 가치를 전시에 담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생태를 보호하자는 주제로 전시를 준비한다 해도 의도치 않게 준비 과정에서 생태보호와는 정반대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전시로 인해 발생되는 폐기물을 최소한으로 해야만 진정한 생태미술의 가치를 담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정신을 실현하기 위해 생태미술가들은 독특한 시도로 전시를 꾸미고 있다. 전시장 가벽을 없애고, 재활용할 수 있는 조형물을 이용해 전시장을 구획하고,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고 작품을 지지할 방법을 고안한다. 이들에게 전시란 하나의 매개로서, 환경문제에 대한 메시지를 대중들에게 어필하고 생태보호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과 사회적인 실천 방법을 공유하고자 하는 것이 주목표임을 알 수 있다. 
    나날이 환경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이때. 생태미술은 더 이상 비주류 장르가 아닌, 예술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가는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다. 
  • 탄소와 쓰레기 없는 무대

    친환경 공연 & 친환경 페스티벌

    기나긴 팬데믹 시대가 끝남과 동시에 그동안 침체됐던 공연계에도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재미있는 것은 이전과는 조금 다른 양상의 공연들이 기획된다는 것이다. 만 3년이나 지속된 팬데믹 기간으로 환경의 소중함과 중요성을 깨달았기 때문일까. 공연계에서도 ‘친환경’, ‘그린’이라는 키워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콘서트나 페스티벌과 같은 공연을 치를 때는 어마어마한 양의 탄소가 배출된다. 화려한 무대효과, 아티스트를 돋보이게 하는 첨단 장비, 반짝이는 응원도구, 홍보를 위해 만드는 팸플릿과 푸드트럭에서 음식을 포장할 때 사용되는 일회용 용기까지. 모든 것이 지구를 병들게 하는 탄소 배출의 주범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문화 예술 시설 중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장소로 공연장(54만 1699㎏ CO2)을 꼽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티스트들과 공연 관계자들은 지구를 지키며 공연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예로 세계적인 록밴드 콜드플레이는 탄소를 줄이는 공연을 만들기 위해 기발한 아이디어를 콘서트에 융합하여 대중들을 놀라게 했다.
    먼저, 수많은 관객이 뿜어내는 에너지를 실제 사용 가능한 에너지로 만드는 기술을 도입했다. 무대의 바닥, 외부, 중앙 홀 등 태양광 타일을 설치하여 관객들이 뛸 때마다 전기가 생산되는 방식이다. 콘서트에서 제공한 LED 팔찌는 100% 퇴비로 전환할 수 있는 식물로 만들어 다회용으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무대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 주는 색종이 조각도 100% 생분해할 수 있는 재질로 만들었으며, 무대 조명 또한 저전력 모드가 가능한 것으로 사용해 전력 소비를 최소화했다. 그뿐만 아니라 무대 설치에 필요한 자재들도 탄소배출이 적은 대나무와 재활용 강철을 이용했으며, 관객들에게도 친환경 관람을 독려하며 플라스틱 물병 등의 일회용품 쓰레기 배출을 최소화했다.
    국내에서도 지자체 행사 및 다양한 콘서트, 페스티벌 등에서 친환경 실천을 위한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삼듯, 전 세계적으로 탄소 저감 노력이 동반된 착한 공연 문화가 자리잡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