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철도문학상
장려상 수상작
당신을 그리는 선로
철도 위에 새겨진 기억의 눈금
우리를 머금고 있던 그림자를 찾아
가만히 더듬자 선명해지는 추억
나의 손금엔 당신 온기가 남아있다
유리 파편에 닿은 그리움이 피를 내고
한때 빛의 조각이었던 애정은
어둠 속으로 돌아가 꼬리를 숨겨버리고
슬피 우는 바람만 플랫폼을 떠돈다
부서진 햇볕이 금가루처럼 쏟아지고
바닷가 모래처럼 흩어지는 상처들
외로운 먼지 조각은 허공을 방황하다가
코끝에 맺힌 아련함으로 서서히 낙하한다
우리 꿈이 흐르던 기차의 궤도에는
자갈에 스민 소망이 희미하게 박동하고
고장 난 혈관만이 예전의 당신을 감지한다
스쳐 가는 풍경처럼 맥을 잇는 페이지
구름 저편 다정했던 우주의 시간이
코스모스 닮은 섬세한 숨결로 떠오르고
노을처럼 타오르는 어찌할 수 없는 마음은
쇠약해진 가슴에 작은 메아리를 심는다
철도 따라 달리는 안개 덮인 열차는
도착지를 알 수 없는 당신 향한 그리움
끝없이 밀려오는 잡동사니 같은 기억은
얼어붙은 숲을 찾아 조용히 묻어둔다
2024 <철길로 미래로>는 제9회 철도문학상 공모전 수상작들을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