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기록

고속철도 건설

고속철도, 국토의 시간을 다시 설계하다

고속철도 건설의 의미는 단순한 속도 경쟁을 넘어선다. 사람과 산업이 움직이는 시간을 바꾸고, 도시와 지역의 연결 방식을 재편하며, 위기 상황에서도 국가가 작동하게 만드는 기반을 넓히는 일이다. 고속철도는 한 번 놓으면 수십 년 동안 영향을 미치는 국가 인프라다. 그래서 건설의 핵심은 얼마나 빨리 짓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안전하고 오래 쓰이게 만드느냐에 있다. 정밀한 기준과 엄격한 검증, 그리고 공공성을 전제로 한 절차가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흐름 속에서 국가철도공단 건설본부 PM관리단은 설계·시공 단계의 사업관리와 공정 조정, BIM 기반 디지털 전환 등 ‘보이지 않는 관리’의 역할을 맡고 있다. 고속철도는 기술로 시작되지만, 결국 약속한 시점에 안전하게 개통하기 위한 조정과 관리로 완성된다는 현장의 이야기를 이상현 PM관리단장의 시선으로 들어봤다.

고속철도는 약속을 지키는 일

대부분 사람이 고속철도를 떠올릴 때 시속 300km로 달리는 열차와 빠르게 연결되는 생활권을 먼저 생각합니다. 하지만 고속철도는 눈에 보이는 구조물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기획과 설계, 수많은 협의와 검증이 먼저 쌓여야 공사가 가능해지고, 마지막에는 종합시험운행까지 통과해야 개통을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속도가 높아질수록 작은 오차도 안전과 승차감, 유지관리 비용으로 크게 증폭됩니다. 그래서 고속철도를 공학의 집합이면서 동시에 사업관리의 결과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결국 국민과 약속한 시점에, 안전하게, 계획된 성능으로 개통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기술과 치밀한 관리가 병행되어야 합니다.

PM관리단은 38개 사업을 관리하다

우리는 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고속철도를 개통한 나라입니다. 현재는 기술의 대부분을 국산화하여 우리 손으로 건설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으며, 이제는 그 관리에 디지털 혁신을 더 하고 있습니다.

건설본부 PM관리단은 건설본부 내에서도 핵심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설계 및 시공 중인 38개 사업의 전체 사업관리를 총괄하며, 6개 지역본부의 고속 및 일반철도 노반·궤도·건축 분야의 건설 업무를 지원합니다. 현장이 많고 공종이 복잡할수록 각각의 현장이 따로 움직이지 않도록 일정과 의사결정의 흐름을 하나로 묶어 관리하는 것이 중요해집니다. 특히 PM관리단은 설계·시공 단계에서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정착과 활성화에도 힘을 쏟고 있습니다. BIM을 단순히 3차원 모델을 만드는 것을 넘어, AI 시대에 맞춰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행정 서류를 간소화하고 향후 유지관리의 편의성을 높이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2025년부터 2027년까지 3개년 수행과제로 19개 과제를 선정해 추진 중이며, 드론과 저궤도 위성 등 스마트 기술을 시범현장에 폭넓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과 축적된 관리 역량은 국내 사업을 넘어 앞으로 수출과 국제 경쟁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해외에서 신뢰받기 위해서는 다수의 고속철도 건설 경험을 바탕으로 리스크를 관리하고 해소하여 적기 개통을 위한 지연 요소를 사전에 제거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또한 복합공종의 특성상 분야별 인터페이스 협의를 통해 개통을 끝까지 추진해 내는 사업관리 역량이 핵심 조건이라고 봅니다.

시속 200km를 넘는 순간, 달라지는 설계·품질·안전의 기준

「철도건설법」상 고속철도와 일반철도의 가르는 기준은 시속 200km입니다. 2004년 고속철도가 국내에 도입되기 전까지는 최고 설계속도 180km/h였으나, 이후 300km/h급 고속철도 기술을 확보하며 우리나라는 고속철도 시대를 맞이하였고 설계와 시공도 획기적으로 발전하였습니다.

열차가 고속으로 주행하면 공기압과 원심력이 극대화됩니다. 주행 안정성 확보를 위해 장대레일과 장력조정 장치가 발전해 왔습니다. 공진 현상이나 장대레일 축력처럼 구조적으로 민감한 요소도 더 엄격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결국 정밀하고 엄격한 품질관리가 전제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속도가 올라가면 소음도 커지기 때문에 방음벽 설치 등 저감 대책이 중요해지고, 열차풍에 따른 안정적인 선로 중심간격 유지도 필수 과제가 됩니다. 무엇보다 기관사의 시계주행에 의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정밀한 신호제어 시스템 기반으로 열차가 통제됩니다. 이런 점에서 고속철도는 단순히 ‘빠른 철도’가 아니라, ‘빠르게 달려도 안전한 철도’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고속철도에서 선형(곡선·경사·직선구간)은 안전의 궤도입니다. 평행한 레일 위를 달리는 철도 특성상 고속주행에서 발생하는 원심력·횡압·윤중·풍압 등을 기술적으로 계산하여 탈선 요인을 원천 차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선형은 단순히 매끄러운 연결이 아니라, 고속 주행 시 발생하는 극한의 물리적 힘을 안전하게 제어하는 설계를 의미합니다.

이미 우리나라는 고속철도의 두뇌라 할 수 있는 신호제어 시스템을 우리 기술인 KTCS-2로 자립화하였으며, 400km/h급 KTX-청룡을 통해 그 안정성을 입증하였습니다. 산악 지형이 많고 도심 밀집도가 높은 우리나라 특성상 터널과 교량이 많아 공정이 복잡하고 민원 대응의 어려움도 크지만, 이러한 극한의 설계 조건을 극복해 온 경험이 오히려 한국형 고속철도의 기술적 정교함을 완성시켰습니다.

보이지 않는 시간이 안전을 만든다

대부분의 국민은 거대한 교량이 세워지고 터널이 뚫리는 시공 단계를 보며 고속철도를 체감합니다. 하지만 하나의 고속철도가 그 위용을 드러내기 전까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약 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치열한 준비 과정이 선행됩니다. 고속철도 건설은 크게 ‘기획-설계-시공-개통’의 단계를 거치는데, 본격적인 첫 삽을 뜨기 전까지의 과정이 매우 중요합니다.

먼저 중장기 국가철도망 계획을 수립하고 경제성을 따지는 예비타당성조사에 약 1년이 소요되며, 이후 노선의 밑그림을 그리는 기본계획 및 타당성 조사에 다시 1년이라는 시간이 투입됩니다. 여기에 실제 공사를 위한 정밀한 도면을 만드는 기본 및 실시설계에 또다시 3년이 걸립니다. 이 5년의 세월은 단순한 기다림이 아니라, 국가철도공단의 전문가들이 국토교통부를 지원하고 설계 감독, 계약자 선정, 사업관리 등 프로젝트 전반의 리스크를 검토하며 노하우를 축적하는 인고의 시간입니다. 이러한 철저한 사전 준비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시속 300km로 달리는 열차의 안전이 담보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설계변경은 계획의 미숙함이 아니라 살아있는 현장에 맞춰 안전과 품질을 찾아가는 최적화 과정입니다. 굴착 시 예상치 못한 지반 변동이나 최신 첨단 기술의 도입, 그리고 변화하는 국민의 눈높이를 반영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율이기 때문입니다.

과거의 경험에서 비추어보면, 1995년 경부고속철도 시공 당시, 터널 하부에서 폐광산이 발견되었을 때 과학적 판단보다 비전문가들의 우려 섞인 목소리가 앞서며 개통이 2년이나 지연된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오늘날 우리가 데이터 기반의 스마트 기술과 정교한 PM관리의 역량에 더욱 집중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주관적인 판단이 아닌 객관적 검증을 통해 지연 요소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PM관리단의 존재 이유이기도 합니다.

톱니바퀴처럼 맞물린 현장, 조정으로 완성하다

철도 건설 현장은 기상 악화, 용지 매수 지연, 예상치 못한 민원 등 수많은 변수가 도사리는 전장과도 같습니다. 이 복잡한 환경에서 PM관리단이 가장 집중하는 것은 바로 ‘공정 관리’입니다. 적기에 개통하여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공단의 핵심 사명이기 때문입니다. 현장에서는 적기 개통을 흔드는 지연요소를 먼저 확인하고 해소하는 데 집중합니다.

고속철도는 토목만 잘해서 완성되는 사업이 아닙니다. 노반·궤도·건축뿐 아니라 전철전력, 신호, 통신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하나의 철도를 구성합니다. 그래서 설계단계부터 분야 간 인터페이스를 고려해야 하고, 시공 과정에서도 인수인계와 공정 연계가 정확히 맞아야 개통이 가능합니다. 현장에서 자주 겪는 충돌은 인수인계 일정과 공사 개소 중첩입니다. 개통일은 정해져 있는데 후속 공종은 최소 작업기간이 필요하고, 선행 공종이 지연되면 후속 공종의 최소 일정이 무너지기 때문에 공정 만회대책이 필요해집니다. 또한 좁은 공간에서 공기단축을 위해 동시에 공사를 진행하면 이해관계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이럴 때 개통공정회의 등을 통해 PM관리단이 조정해 나가고 있습니다. 최근 평택~오송 2복선화와 같은 고난도 사업에 TBM 공법을 적용하며 안전을 확보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프랑스 기술 도입 20년 만에 이제 우리는 고속열차를 수출하는 기술 강국이 되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속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속도를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관리와 기술의 힘입니다. 앞으로도 저희는 철저한 사업관리를 통해 국민의 신뢰와 안전을 잇는 고속철도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MINI INTERVIEW

고속철도 사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현장 장면이 있다면요. 2004년 4월 경부고속철도 개통 직후, 처음으로 KTX를 타고 대전에서 서울로 올라오던 순간이 가장 선명합니다. 제가 협의하고 검측하였던 구조물이 완성돼 그 위를 열차가 달릴 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뭉클함이 밀려왔습니다. 공단 입사 후 처음 맡았던 경부고속철도 1단계 화성·평택 구간도 기억에 남습니다. 당시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로 사회 분위기가 불안하였고 국내 기술로 가능하겠느냐는 의구심도 컸지만, 시행착오 속에서 현장과 함께 성장하였던 시간이었습니다. ‘안 된다’라고 하였는데 ‘됐다’로 바뀐 전환점 같은 에피소드가 있나요? 수도권고속철도 수서역은 당초 지상역으로 계획돼 설계도 그 전제로 진행됐습니다. 그런데 서울시가 지하화를 강하게 요구하였고, 동시 개통 일정까지 고려하면 갈등이 장기화될 우려가 있었습니다. 지하화를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지장물 이설을 줄여 약 400억 원 수준의 사업비 절감 가능성이 보였고, 토지매입비 절감 여지도 확인됐습니다. 결국 지하화를 결정해 기본·실시설계를 1년 2개월 만에 마무리하고 입찰공고까지 이어갔는데, 지금 돌아봐도 결과적으로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단장님이 생각하는 ‘좋은 고속철도’는 어떤 모습인가요? 저는 ‘나쁜 고속철도’는 없다고 봅니다. 1970년 경부고속도로가 생활권과 산업구조를 바꿨다면, 2004년 고속철도 개통은 전국을 실질적인 2시간 생활권으로 묶어 수도권과 지방의 거리를 더 줄이고, 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촉진한 계기였습니다. 실제로 서울~대전 출퇴근이 가능해졌다는 점만 봐도 고속철도가 바꾼 일상이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단장님 개인에게 고속철도는 어떤 의미인가요? 고속철도는 철도의 이미지를 ‘칙칙한 교통수단’에서 ‘세련된 첨단 교통수단’으로 바꾼 전환점이었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도 제 삶과 함께해온 존재입니다. 결혼도 하고 아이도 키우고 이제 퇴직을 앞둔 지금까지, 제게 고속철도는 ‘빛과 소금’처럼 귀한 존재입니다.

흙먼지 날리던 현장이 선로로 탈바꿈 됐을 때 뭉클한 감정이 밀려왔습니다
- 이상현 국가철도공단 건설본부 PM관리단 단장

  • 레일로와 함께하는
    2026 <철길로 미래로> 웹진 EVENT

    웹진 속에 숨어 있는
    레일로를 찾아주세요!
    당첨되신 분들께 커피쿠폰을 드립니다.

  • 수집된 개인정보(성함, 연락처)는 독자 선물 발송 용도로만 사용되며 선물 발송 후 2주간 보관 후 파기 파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