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과학

왜 철도 위에 자갈이 깔려 있을까?

기차 플랫폼에서 선로를 내려다보면 레일 사이와 침목 주변에 자갈이 가득 깔려 있다.
그런데 어떤 구간은 자갈 대신 콘크리트가 선로를 받치고 있다. 같은 레일인데 바닥은 왜 다를까?

선로를 이해하면 자갈의 이유가 보인다

철도의 선로는 레일을 땅에 놓는다고 완성되지 않는다. 열차 바퀴가 레일을 누르는 힘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거대하고, 이 충격은 하루에도 수없이 반복된다. 이 엄청난 무게를 견디면서 레일의 수평과 간격을 1mm의 오차도 없이 유지하기 위해 선로는 마치 시루떡처럼 레일–체결구–침목–도상–노반이라는 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레일은 열차가 실제로 달리는 강철 길이다. 바퀴에서 생기는 하중과 충격을 처음 받아 아래로 전달한다. 레일을 침목에 단단히 고정하는 장치가 체결구다. 클립과 볼트, 탄성 패드 같은 부품으로 레일을 단단히 잡아주면서도 진동과 충격을 줄인다. 레일을 받치는 가로 모양의 나무나 콘크리트가 침목인데, 두 레일 사이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하중을 넓게 퍼뜨린다.

침목 아래에는 우리가 궁금해하는 자갈이 있다. 이를 도상이라고 한다. 그 아래의 노반은 선로 전체를 떠받치는 기초 지반이다. 노반이 약해지면 선로가 꺼지고 레일이 틀어질 수 있어 배수와 지지력 확보가 특히 중요하다.

자갈이 있는 이유

자갈 도상은 철도 초창기부터 사용된 전통적인 방식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초기 철도 노선인 경인선부터 쓰였고, 지금도 세계 대부분의 철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된다. 그렇다면 왜 자갈을 사용할까?

열차가 달릴 때 레일이 받는 힘은 바퀴와 레일이 맞닿는 아주 좁은 구간에 집중된다. 만약 레일 아래가 단단한 바닥 하나로만 구성돼 있다면, 압력이 특정 지점에 몰려 바닥이 빨리 손상될 수 있다. 이럴 때 자갈은 충격과 진동을 흩어준다. 자갈은 단단하지만 콘크리트처럼 완전히 고정된 단단함이 아니다. 입자들이 서로 맞물린 상태에서 미세하게 자리를 조정할 수 있어, 열차가 지나갈 때 생기는 충격을 한 번에 전달하지 않고 여러 입자로 분산시킨다. 이 특성이 선로의 완충 효과를 만들고, 노반으로 전달되는 진동을 줄인다.

레일을 잡아주는 형상 유지 기능도 있다. 철도 자갈은 동글동글한 강돌보다 각진 쇄석을 많이 쓴다. 각진 돌은 서로 잘 맞물려 쉽게 흐트러지지 않고, 열차가 지나갈 때 옆으로 밀려나는 것을 줄여 선로 형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유리하다.

배수 성능이 뛰어나다. 자갈 사이의 빈틈(공극)은 물이 고이지 않고 아래로 빠져나가는 통로다. 철도는 비가 오거나 눈이 녹아도 같은 높이와 형태를 유지해야 한다. 물이 고이면 지반이 물러지고, 겨울에는 얼었다 녹는 과정에서 미세한 융기와 침하가 생겨 레일의 정밀한 위치가 흐트러질 수 있다. 자갈 도상은 선로 아래가 질척해지는 상황을 막는 배수층 역할을 한다.

유지보수 부담을 줄이는 또 다른 선택, 콘크리트 도상

자갈은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존재한다. 일정 주기로 자갈의 다짐 작업을 하고, 오염된 자갈을 걸러내거나 교체하는 유지보수를 해야 한다. 속도가 빠르고 운행밀도가 높은 노선일수록 또 작업 공간이 좁거나 야간에만 정비가 가능한 구간일수록 자주 교체해야 한다.

이런 자갈 도상의 단점을 보완하려고 등장한 것이 콘크리트 도상이다. 자갈층 대신 콘크리트 구조물 위에 레일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선로의 형상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유지보수 빈도를 줄일 수 있다. 특히 고속선에서는 자갈 도상에서 문제로 거론되는 자갈 비산(고속 주행 때 자갈이 튀어 오르는 현상)이 위험 요소가 되기도 하는데, 콘크리트 도상은 이런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그래서 고속선, 터널, 교량 등에서는 슬래브궤도(콘크리트 궤도)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다만 콘크리트는 자갈보다 탄성이 낮을 수 있어 그대로 두면 소음과 진동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슬래브궤도는 레일과 콘크리트 사이에 탄성 패드, 방진 장치 같은 부품을 넣어 단단함과 완충을 함께 확보한다. 초기 건설비가 많이 들고, 콘크리트가 경화되는 시간이 필요해 긴급 복구가 쉽지 않다는 단점도 있다. 그럼에도 고속철도처럼 안정성과 유지관리 효율이 중요한 구간에서는 슬래브궤도가 사실상 표준에 가까운 선택지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선로 구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