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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선 한강하저터널
분당선 한강하저터널의 하저 구간은 846m다. 상행과 하행을 합쳐도 1,692m에 불과한 이 숫자는 사실 한강 수면 아래 약 50m의 단단한 암반층을 파고든 난공사의 결과다. 물과 지반이 맞닿는 하저 구간의 위험을 극복하기 위해 국내 철도 터널 최초로 쉴드(Shield) TBM 공법을 도입했다. 지하철역 한 정거장 정도의 거리지만 이 구간이 연결되어 강남과 강북의 물리적 장벽이 크게 낮아졌다. 기존 2호선을 이용할 때 약 30분이 소요된 강남~강북 구간이 2분으로 단축되었고, 선릉역에서 왕십리역까지는 약 12분으로 줄었다. 이런 시간의 변화로 도시의 시간이 줄어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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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서평택고속선 율현터널
수서평택고속선의 율현터널 길이는 50.3km다. 국내 최장이자 세계 4위 규모의 초장대 터널이기도 하다. 무려 수서평택고속 전체 구간의 83%를 차지한다. 한강하저터널의 846m와 비교하면 지하에서 약 60배를 더 달린다. 이 길이는 서울에서 오산까지의 거리와 맞먹는다. 율현터널을 통해 수서에서 평택까지 1시간이 걸리던 이동 시간은 30분대로, 서울에서 부산까지는 2시간 3분 정도로 줄었다. 초장대 터널은 지상의 교차로, 곡선 구간, 신호 체계의 제약으로부터 벗어난다. 덕분에 고속열차는 도심 한복판에서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직선에 가까운 축으로 내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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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40m 아래로 달리는 철도
대심도 터널은 지표면에서 약 40m 이상 깊이의 지하공간에 건설되는 터널을 말한다. 이는 단순히 ‘땅속을 더 깊게 파는 공사’가 아니다. 지상의 소음·진동, 복잡한 교차로와 하천, 촘촘한 지장물을 비켜가며, 도시의 표면 아래에서 속도와 연결을 직선에 가깝게 확보하는 방식이다. 같은 터널이라도 어떤 것은 강을 한 번 건너기 위해, 어떤 것은 도시 전체를 가로지르기 위해 지하로 내려간다. 분당선 한강하저터널과 수서평택고속선 율현터널은 그 차이를 ‘길이’라는 숫자로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